더운 계절을 보내는 젊은이에겐 두 개의 상반된 얼굴이 있다.
하나는, 더위에 찌든 얼굴로 선풍기나 에어컨 앞에서만 생동한다. 이들의 표정엔 나태와 나약함과 권태로움이 있다. 그들의 욕구는 냉수와 아이스크림에 있다. 이들은 주어진 인습에 안주하여 현실과 쉽게 타협한다.
또 하나의 얼굴은, 정열에 찬 그을린 얼굴로 땀을 오히려 좋아하며, 더위 속에서 보다 활기찬 모습을 나타낸다. 눈동자는 언제나 빛나며 이마엔 땀방울이 맺혀 있다. 이들은 새 세계를 꿈꾸며 자신의 역사를 만들고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창조하며 산다.
동일한 삶의 조건을 부여받고도 전혀 딴 표정이며 모습이다.
우리 학생들은 다가올 여름에 어떤 표정으로 살아갈까? 한여름의 최고 온도와 불쾌지수를 염두에 두며, 능률을 핑계 삼아 어디론가 도피할 곳을 찾고 있는 모습일까? 아니면, 이 더위에 다시 한번 자신을 내던져 극한과 대결하게 하며, 기꺼운 마음으로 가슴 가득 땀방울을 받아들이는, 살아있는 모습일까?
실로 여름은 정열의 계절이다. 더구나, 학교는 늘 살아있어야 하며, 우리의 꿈과 희망이 가득해야 한다. 그 꿈과 희망이 왕성한 생명력을 보여 주는 씨앗처럼 정열적이어야 한다. 기성세대의 누가 보아도 장래 수많은 결실이 기약되는 풍경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생명력을 지녀야 하는 것이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왕성한 성장을 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
생명의 본질은 살고자 하는 의욕에 있으며, 주어진 조건에 쉽사리 안주하여 악조건에도 패배하지 않는 데 있다. 언제나 주어진 조건을 극복하려 하면 그에 맞는 체질과 특성을 갖게 마련이다.
인간은 문화적인 생명을 갖고 있다. 과거의 퇴영적인 문화, 사회의 습속이 견디지 못할 새 조건이 생기면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여 대처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발전적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여름은 봄·가을에 비해 일하기 어려운 계절임에 틀림없다. 농부에겐 밭갈이와 김매기가 어려울 것이요, 학생들에겐 독서에 짜증이 더할 것이다. 이것도 삶의 조건에 속한다. 전체의 문화적 역경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악조건이라 여겨 두어야겠다. 여기서 더위를 피하여 신선한 조건을 찾는 쫓기는 사람에겐 문화적 패배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이 악조건에 뛰어들어 대결하고 극복하여 자생력을 키우고, 스스로를 개척하는 생명력을 배양하는 것이, 작게 보면 인간 개체의 영속성을 강화하는 것이요, 넓게 보면 인류 생존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주어진 어려움에 접하여 짜증을 부리는 얼굴과 대결하며 투쟁하는 얼굴 중에서 나는 후자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교의 아름다운 정경이란 교정을 꾸미는 정원수나 잔디밭이나 화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가는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과 도서관을 꽉 메운 학생들의 생동하는 눈동자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나는 이런 모습이 가득 찬 공간을 '생동하는 학교'라 부르고 싶다. 우리 모두 훌륭한 결실을 이루기 위해 살아 있는 학교를 만들어 보자.
전인득(포항제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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