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餘暇)는 일상생활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생활이 예술작품으로 변하게 했으며, 기호와 이미지의 빠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던가. 그래서 여가는 일상생활을 미학화(美學化)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주5일 근무제 이후 샐러리맨들은 여가생활을 누리면서 '휴식과 재충전'이라는 말에 솔깃해진 채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쉴 것인가'라는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지도 한참 됐다.
○…현대사회가 전통사회와 다른 점은 일과 여가의 분리에 있고, '적정 휴식 효험론'이라는 논리를 낳기도 했다. 휴식과 능률의 함수관계에 있어서 '때맞춰 알맞게 심신을 풀고, 쉬는 곳에 내일을 위한 능률이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창조를 위해서는 적정한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그 근거를 두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유가 전보다 많아지면서 어떤 여가생활을 하고 있을까.
○…세대별로 여가생활의 유형이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0대와 20대는 게임'영화'인터넷 등 온라인에, 40대와 50대는 목욕'사우나'계모임'동창회'사교모임 등에, 60대 이상은 TV 시청'산책 등에 편중돼 있다. 그러나 이들과는 달리 30대는 다양한 여가 활동에 참여하면서 제대로 놀 줄 알아 주5일제 이후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가장 두드러지는 여가활동은 TV 시청과 라디오 청취(68.3%)다. 잡담'통화(23.6%) 게임(23.4%) 목욕'사우나(22.6%) 음주(22.1%) 신문'잡지 보기(20.5%) 영화 보기(20.4%) 등이 엇비슷하게 그 뒤를 잇고 있으며, 모임'쇼핑'산책 등이 그 다음이다. 그러니까 국민 대부분이 여가를 실내에서 보내고 있으며, 옥외활동도 생활권에서 이뤄지는 성향이다.
○…이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여가의 풍요로움은 경험'학습'교육의 축적이 관건이다. 30대가 가장 이상적인 여가활동을 하는 건 그들이 '경제 성장의 과실과 정치적 문민시대를 누리면서 다른 세대보다 문화적 학습 경험이 풍부했기 때문'이라는 한 전문가의 진단은 와 닿는다. 그러나 다른 세대들의 여가활동은 생각해 볼 점이 많으며, 특히 10대나 20대의 '온라인에 매달리기'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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