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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101세 맞으세요?"…대구시 달성군 이우영 옹

미수(米壽·88세)와 백수(白壽·99세)를 지났다. 이우영(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서재리) 옹은 장수를 상중하로 나눌 때 가장 많은 나이인 상수(上壽)다. 101세. 그럼에도 매일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출근길에 나선다. 휴일과 날씨가 좋지않은 날을 제외하곤 빼먹는 일이 없다. 장소는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의 극동커피숍.

여덟 명의 자식 중 막내 아들 집에서 살고 있는 그는 며느리가 챙겨주는 아침식사(빵과 우유 1잔)를 한 뒤 30분 정도 걸어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509번 좌석버스를 타면 만촌동 커피숍까지는 1시간 거리.

이 커피숍은 경산에서 사슴농장을 할 때부터 오며가며 들른 곳(당시 극동다방)이다. 30여 년 전부터 단골이었던 셈. 그때나 지금이나 아늑한 휴식공간 역할을 해오고 있다. 도착시간은 대개 오전 11시 30분쯤. 도착한 뒤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곧 주인이 편하게 차려주는 반찬을 곁들여 점심식사를 한다.

딸 같은 커피숍 주인 최남순(60) 씨는 "언제나 잘 드시고 밝게 웃는 모습 때문에 주변 사람도 함께 즐거워한다."며 "점심값은 따로 받지않지만 용돈을 타시면 조금 주시기도 한다."고 했다.

식사 이후엔 신문을 기다리는 게 큰 즐거움이다. 이 옹은 60년 전 매일신문 창간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매일신문만 봐왔다. 10년 전에는 매일신문사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행사에서 우수 애독자로 선정되기도 할 정도.

식사 후 1시간가량 기다리면 매일신문이 도착한다. 인쇄 열기가 채 식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문은 언제나 그가 1순위. 신문이 배달되자마자 최남순 씨는 이 옹이 항상 앉는 창가 소파 앞에 가져다 준다. 신문을 손에 들면 1면부터 찬찬히 들여다보고 다음장으로 넘긴다.

신문 보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서두르는 일도, 대충 보는 경우도 없다. 정해진 일과인 듯 신문을 즐긴다. 눈이 침침하긴 하지만 제목을 곱씹는 편. 정치면을 보다가는 "국민을 속이려는 거야.", "이러면 국민이 싫어하지." 등 의미있는 말도 한다.

신문을 다 보고 나면 이곳을 찾는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시조모임 중부시우회 회장 이원석(79) 옹과 계성학교 후배 강석교(86) 옹이 옆자리에서 신문에 대한 얘기나 지나온 인생살이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강석교 옹은 "30년 동안 이 다방을 오가면서 한결같이 살아온 분"이라며 "아직까지 화내는 모습을 본 일이 없다."고 했다.

이 옹은 이들과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뒤 오후 4시쯤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시 막내아들 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하면 오후 5시 30분쯤.

일요일은 교회가 하루 일과를 대신해준다. 70년 기독교 신도답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빠지지 않고 교회에 나간다. 상인교회 초대 교인이자 반석 위에 올려놓는데 온 힘을 다 쏟은 그는 지금은 정록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그는 "매일신문이 세상을 보는 창이라면 교회는 세상을 사랑하며 사는 법을 가르쳐 준 곳"이라고 했다.

한편 이 옹은 숭실대학 농업과를 졸업한 뒤 일본 삿포로 대학 축산과에서 낙농을 공부했다. 해방 이후 대구 월배와 신암동, 경북 경산 등지에서 농장을 경영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7년 전까지만 해도 경산에서 사슴농장을 경영했었다.

"일본에서 공부했다는 이유로 친일파라는 비아냥도 들었다."는 그는 "광주학생 독립만세운동 당시 만세운동을 하다 평양감옥에서 3개월 동안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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