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다 떠내려가네!"
제3호 태풍 '에위니아'가 상륙한 10일 오후 대구시 북구 팔달동 금호강 노곡잠수교 앞에서는 때 아닌 농민들의 울음과 한탄 소리가 이어졌다.
금호강 하류에 있는 하중도(河中島)인 면적 6만8천900여평의 노곡섬은 노곡잠수교를 통해 외부와 연결되는 대구시내에 있는 섬으로 80여가구의 농가가 섬 안에서 거주는 하지 않고 비닐하우스를 통해 채소 농사를 짓고 있다.
이 곳에서 채소 농사를 짓던 수십명의 농민들은 이날 오후 오뉴월 땡볕 아래 정성들여 지은 농작물들이 떠내려가는 것을 보며 눈물을 글썽이며 발을 동동 굴렀다.
태풍의 영향으로 오후들어 빗줄기가 거세지자 금호강 둔치를 따라 지나는 신천대로를 통해 노곡잠수교까지 온 농민들은 섬 안에 있는 농기계 등을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농민들은 오후 3시께 경찰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잠수교 통행을 막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농기계와 가재도구 등을 챙기려고 경찰의 제지를 무시하고 섬 안으로 달려갔다.
일부 농민들은 경찰이 통행을 막자 "섬 안에 가족이 있는데 데리고 나와야 한다"고 우기면서 목숨을 걸고 섬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 한 농부는 이미 물에 잠긴 잠수교 위로 자전거를 통해 대피하는 등 위험천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은 수위가 점점 높아지다 자식 같은 채소가 자라고 있는 비닐하우스가 침수된 뒤 통째로 하류로 떠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통곡을 하기도 했다.
한 70대 농민은 "이제 곧 수확할 채소가 다 떠내려가는데 가만히 있을 농사꾼이 어딨느냐?"며 "하나라도 더 건져내고 싶은 것이 농부의 심정인데 하늘도 무심하게 비가 너무 많이 온다"고 말했다.
이날 교통을 통제했던 한 경찰관은 "채소나 농기구 등을 건지려고 경찰의 통제를 무시하고 섬으로 들어가는 데 사람의 생명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경찰의 통제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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