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 숨기고 싶었던 5세 시절 기억

지난주 주말에 수박을 사서 오래 만에 친정에 들렀다.

어머니께서 수박을 드시면서 신랑에게 나의 부끄러운 과거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가 5살 되던 해의 복날이었다. 아버지께서 커다란 수박 한 덩이를 사오셔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배불리 수박을 먹었다. 늘 먹는 것에 욕심이 많던 나는 질세라 열심히 수박을 먹었고 부푼 배를 만족스레 안고 잠이 든 것이다. 그 시절에는 잠을 잘 때 머리맡에 요강을 두고 잠을 잤었다. 그 날 밤 배불리 먹은 수박 때문에 소변이 급한 나는 어두운 방안에서 손을 더듬거리면서 요강을 찾았다. 그리고 시원스레 볼일을 보는 찰라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이거 뭐야?" 아버지의 외침에 어머니와 동생이 깼고 방안에 불이 켜졌다. 아버지 얼굴을 요강으로 착각한 내가 아버지 얼굴에 실례를 범한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신랑에게 놀림을 받아야만했다. 하지만 복날의 수박은 영원히 잊지 못할 내 추억 속의 한 부분이 되었다.

이수진(경북 경산시 백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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