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죽을 뻔했잖아요"…3일만에 구조된 초교생들

"아이들에게 빗물을 받아 끓여 먹이며 사흘을 버텼어요."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수항리 수항계곡에서 3일째 고립돼 있다가 17일 오후 4시께 헬기에 의해 구조된 대안학교인 '삼각산 재미난학교' 인솔교사 최영희(32·여) 씨는 고립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최 씨 등 인솔교사 6명과 학생 36명은 지난 13일 수항리 수항계곡 내 한 관광농원에서 열린 학교수련회에 참가했다가 15일 오후 2시께 갑자기 불어난 물을 피해 인근 고지대의 주택으로 피신한 후 외부와 연락이 끊어졌다.

이 지역은 진부면 소재지에서 12㎞ 이상 떨어진 산간계곡으로 이곳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와 교량이 유실돼 자동차는 물론 도보로도 접근이 불가능했다.

최 씨는 "15일 오전 아이들과 함께 있던 곳으로 갑자기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미처 가방이나 부식도 챙기지 못한 채 대피해야 했다."며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준비해 온 부식이 모두 물에 떠내려가고 먹을 음식과 마실 물마저 부족해 불어난 물에 떠내려오던 감자를 건져 쌀에 섞어 밥을 지어 먹고 수제비를 빚어 먹으며 허기를 달래야 했다.

"집에 가고 싶다. 엄마가 보고 싶다." 우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인솔 교사들은 아이들과 게임을 하고 노래를 부르며 밀려드는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산림청 헬기로 사흘 만에 구조돼 진부면 체육공원 운동장에 도착한 아이들 몇몇은 울음보를 터트리기도 했으나 생사를 넘나들었던 지난 며칠이 무색할 정도로 웃고 떠들며 선생님이 나눠준 주먹밥과 과자를 맛있게 먹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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