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정숙 作 '연잎'

연잎

정 숙

바람에 쉴 새 없이 몸 흔들리면서도

맨발로 진흙을 밟고 서서

곧 사라질 목숨,

이슬방울을

잠시라도 햇살에 한 번 더

빛나도록

소중하게 받들고 있다

영롱하고 순결한 이슬방울을 '바람에 쉴 새 없이 몸 흔들리면서' 소중하게 받들고 있는 '연잎'을 누구나 한번은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정작 자신의 뿌리는 '맨발로 진흙을 밟고' 서 있습니다. 그러나 '연잎'이 불순한 진흙과 바람이 주는 시련을 견디며 '소중하게 받들고 있'는 '이슬방울'은 '곧 사라질 목숨'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찰라적 '이슬방울'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연잎'이 사실은 더 소중한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소중한 가치를 '잠시라도 햇살에 한 번 더' 빛나게 하기 위해 스스로 '진흙'을 밟는 '연잎'과 같은 사람들이 우리의 아침을 빛나게 하는 것입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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