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과 7월에 있었던 한미 간 자유무역협정(FTA) 1·2차 본 협상이 끝이 나고, 9월에는 3차 본 협상이 미국에서 있을 예정이다. 한미 FTA 출범은 국가 간 교역 증대를 위해 FTA가 세계적으로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에 맞추어 한국경제의 '경쟁력 재발견과 제 2의 도약'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2004년 4월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한·싱가폴, 한·EFTA, 한·ASEAN FTA를 체결하는 등 'FTA 추진 로드맵'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방향으로 戰略(전략)을 추진 중이다. 1차 본 협상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지난 6월 5~9일 정부조달과 무역관련 기술장벽 분과를 제외한 15개 분과에 걸쳐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11개 분과에서는 통합 협정문 작성에 합의를 보았으나, 농업, 위생검역(SPS), 섬유 및 무역구제 등 4개 분과에서는 통합협정문 도출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자동차 및 의약품·의료기기 작업반에서의 합의 도출 실패와 함께 통합 협정문 작성에는 합의하였으나 상당부분 통합협정문상 괄호 처리된 쟁점을 감안하면 1차 본 협상은 양국 대표 간 탐색전 성격이었다.
이어 지난 7월 10~14일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2차 본 협상에서는 미국 대표단의 요구나 관심 사항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1차 본 협상 때 보다 더욱 심도 있게 爭點(쟁점)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그 중에는 의약품 약제비 적정화 방안, 복제약 가격 산정, 신약 가격 현실화, 자동차 세제 개편과 기술표준, 소비자에 대한 정부의 외제차 이미지 개입 방지 등에 대해 더욱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5단계에 걸친 상품 양허안 이행 기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등 원만한 논의가 진행되는 듯하다가, 미국 측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포지티브 리스트'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협상이 결렬되기에 이른다. 마치 미국이 이번 FTA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문이 바로 의약품 부문이 아닌가 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 마지막 날은 한국 대표단이 상품무역, 무역구제 등 4개 분과 회의를 취소하면서 협상이 종료되었다.
지금까지 한·미 양국 대표단의 1·2차 본 협상 과정을 바둑에 비유하자면, 한국 대표단은 백을 쥐고 흑을 쥔 미국 대표단의 저돌적이고 파상적인 반상위의 공격을 방어하는 형국이다. 양국 모두 아직 패착은 범하지 않은 것 같으나, 先手(선수) 싸움이 치열해 보인다. 흑은 백의 大馬(대마)를 잡기위해, 백은 수비를 하면서 흑의 패착을 살피고 있지만 미세한 싸움이 되다보니 팻감조차 누가 더 많은지 분간하기 어렵다. 일본의 기성 사카다(坂田榮男)는 '바둑은 슬픈 드라마'라 했다. 컴퓨터마저 포기한 19줄 바둑판 위에서 만들어가는 무한 수의 조화가 흑과 백으로 상징되는 현실과 이상의 이분법적인 수순에 의해 승과 패로 갈라지게 되어 그런가 보다. 비록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에서는 승패의 개념은 없다손 치더라도 엄밀히 말하자면 'win-win'이라는 조화의 추구보다 상대방의 조화를 혼신의 힘을 다해 우선 흩트리고 보아야한다는 점에서 양국 대표단이 느끼고 있을 비장함과 초조함을 엿볼 수 있다.
어쩌면 3차 본 협상에서는 초읽기에 들어간 양국 대표가 집 계산에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로 이점에서 3차 협상이 중요하다. 본격적인 집 계산과 팻감 찾기, 그리고 초읽기까지 가면서 소득계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의약품분야에서 다양한 팻감이 있어 세력과 실리가 아직은 막중하다. 한국도 팻감은 있다.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 인정, 섬유 및 공산품시장 개방 확대 등을 요구함과 동시에 미국의 실리와 세력 바둑을 견제해야 한다. 관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와 재정건전성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전략적 유연성이 절실한 부분이다. 명분을 얻고자 실리와 세력을 다 잃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단기적 비용보다 중장기적 실리를 노릴 수 있다면 명분도 굳이 敗着(패착)이라 할 수 없다. 9월이면 한미 정상회담도 미국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자칫 팻감에 집착하다 대마를 잃지 않는 정수를 두었으면 한다.
곽수종(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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