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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현의 교육프리즘)창조적 아웃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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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 때마다 동네 악동들 몇이서 뒷산 잡목 숲 속에 비밀 본부를 만들곤 했다. 적절한 장소를 물색한 후 톱과 낫으로 나무의 밑둥치를 잘라내고 풀을 베어 냈다. 나뭇가지와 풀을 엮어 지붕을 만들고 몇이서 앉을 수 있게 땅을 고른 다음 바닥에는 가마니를 깔았다. 엉성한 천장 틈새로 보이는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눈부셨으며, 산 아래 마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느껴졌다. 비좁은 공간이지만 그 곳엔 부모님의 잔소리나 성가신 심부름도 없고 숙제도 없었다. 거기에 앉으면 온갖 즐겁고 기발한 생각들만 떠올랐다. 배가 고프면 참외나 수박을 서리해서 먹기도 했다. 그 곳은 일탈이 주는 짜릿한 즐거움과 아웃사이더의 관조적 여유를 동시에 맛볼 수 있는 유토피아였다.

아웃사이더는 내부자를 의미하는 인사이더와 구별되는 인간형으로, 국외자 또는 이단자를 뜻한다. 타의에 의해 어떤 집단에 동화되지 못하거나 배척되는 경우는 소극적, 수동적 아웃사이더이고, 소속 집단의 규칙이나 질서에서 스스로 벗어난 경우는 적극적, 능동적 아웃사이더이다. 악동들이 비밀 본부를 만든 것은 적극적 아웃사이더가 되기 위함이었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콜린 윌슨은 그의 저서 '아웃사이더'에서 앙리 바르뷔스의 '지옥', 카뮈의 '이방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에 나오는 작중 인물들과 니체, 반 고흐 같은 실제 인물들을 아웃사이더라는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이 아웃사이더들은 지루하고 불만족스러운 일상의 세계를 본능적으로 거부했다. 그들은 일상이 따분하게 되풀이되는 것은 고역이며 노예들에게나 알맞다고 느꼈다. 모든 위대한 시인이나 사상가들은 이 감정을 문학과 철학적 사색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아웃사이더들은 체제 안의 순응자인 인사이더들이 보지 못하거나 애써 무시하려 하는 지배 질서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조롱했다. 능동적, 창조적 아웃사이더들은 인간성의 폭과 깊이를 넓혔고 인간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이상향을 창조했다.

가정이란 과보호의 울타리, 한 치 틈도 없이 꽉 짜인 프로그램, 편향된 특정 이데올로기 안에 아이들을 가두어 두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어린 시절에 객기와 일탈의 본능을 억압당하면 어른이 되었을 때 파괴적 아웃사이더로 변하기가 쉽다. 한 번 고삐가 풀리면 극단까지 가는 경향이 있다. 우리 사회에 범람하는 맹목적인 증오심과 섬뜩한 눈빛의 아웃사이더들을 보라. 안과 밖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유연한 사람, 창조적 아웃사이더만이 자신과 주변을 객관화할 수 있다. 젊은 날의 폭 넓은 독서와 여행을 통한 생산적 일탈의 경험이 그래서 중요하다.

윤일현(교육평론가, 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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