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발견
■충무로 여름극장가
충무로가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재발견 한 것일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주도하던 여름 극장가에 가족이 우리 영화의 주인공으로 줄줄이 등장한다.
가족들은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할아버지와 고모, 삼촌, 아버지로 이루어진 대가족에서부터 엄마와 10살짜리 아들, 서로 떨어져 사는 아버지와 아들….영화는 스크린을 통해 가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완벽하지 않고 어느 한 부분이 부재하는 가족의 모습은 대한민국 가족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때로는 어머니가 없지만 이는 가족의 결격사유가 아니다. 그 속에서 갈등하기도 하고 화해하는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자.
올 여름 최고 흥행작으로 점쳐지는 영화 '괴물'은 가족의 힘을 보여준다. 강두(송강호)의 눈앞에서 딸 현서(고아성)는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괴물에게 잡혀간다. 현서는 강두에게 휴대전화를 걸어오지만 가족 이외에는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는다. 공권력은 괴물을 잡는 데에 손놓고 있고 언론조차 귀 기울이지 않자, 가족들이 직접 나선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고모와 삼촌은 저마다의 무기를 들고 괴물과 맞서 싸울 준비를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비상 자금을 털어 불법으로 총을 마련하고 양궁선수 고모는 양궁을 집어드는 한편 운동권 출신 백수 삼촌은 화염병을 잡는다. 괴물을 상대하기엔 너무나 초라하지만 가족들은 진지하다. 가족은 자신들을 범법자 취급하는 공권력 등 온갖 방해를 무릅쓰고 위험스런 존재에게 덤비고 또 덤비며 딸에게 다가간다.
가족들을 진두지휘하며 용감한 아버지 상을 보여주는 변희봉의 부성애는 또 다른 영화의 한 축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괴물은 괴수 영화이기도 하지만 가족애로 재난을 극복해간다는 '가족 영화'에 가깝다.
소심한 아버지가 딸을 위해 영웅이 되고자 하는 '플라이 대디'는 아버지의 고군분투를 그리고 있다. 명문고 권투부의 학생으로부터 폭행 당한 딸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아버지(이문식)는 복수를 결심한다.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 딸을 때린 고교생 복싱선수와 일대일 결투를 결심한 것. 이를 위해 아버지는 '주먹 짱'으로 통하는 한 고교생(이준기)을 찾아가 특훈을 부탁한다. 제한 시간은 40일. 10분 만에 남산 주파하기, 철봉에 매달려 버티기, 시속 100km로 날아오는 야구공 피하기 등 온갖 기이한 특훈이 이어진다. 아버지는 딸의 복수를 대신하기 위해 우스꽝스럽고 힘든 훈련을 마다하지 않으며 '소심한 아버지'라는 딱지를 떼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가 하면 훌쩍 1960년대로 돌아가 엄마와 단둘이 사는 소년의 '아버지 찾기' 여정을 그린 영화도 이달 말 개봉한다. 영화 '아이스케키'는 밀수 화장품 장사를 하는 엄마(신애라)와 단둘이 사는 10살 소년 영래(박지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 없는 것 빼고는 모자람이 없는 영래는 죽은 줄만 알았던 자신의 아버지가 사실은 서울에 살고 있으며 대학생이라는 말을 우연히 듣는다. 이 때부터 영래는 서울 갈 궁리만 한다. 영래는 차비 마련을 위해 아이스케키 장사에 나서고, 온갖 우여곡절을 겪지만 아버지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처럼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아버지는 그리움을 낳지만 제 자리를 팽개친 아버지는 원망과 배신감의 대상일 뿐이다. 다시 아버지의 자리를 찾아 자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원탁의 천사'는 사기전과범인 아버지를 죽도록 싫어하는 원탁, 그리고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 역할 한 번 해보지 못한 아버지의 아쉬움이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아버지 영규(임하룡)는 사기죄로 교도소에 복역하다 출소를 앞두고 뇌진탕으로 죽는다. 아들 영탁(이민우)에게 최고의 아빠가 되어 보겠다는 꿈도 이루지 못한 채 말이다. 이 때 그의 영혼 앞에 천사가 나타나자, 영규는 아들과 좋은 추억을 남길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다. 천사는 영규의 부탁을 들어줘 영규를 환생시키지만, 뜻하지 않게 원탁의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 하동훈으로 환생하게 된다.
한편 영규의 감방동기 조폭이 교통사고로 사망직전에 이르자 천사는 그의 영혼도 거두려 한다. 이 때 천사는 영규의 간곡한 소원을 이루는 것을 돕기 위해 조폭의 육체를 빌어 인간으로 환생한다. 뜻하지 않게 조폭이 된 천사는 본격적으로 동갑나기 아빠 영규와 아들 영탁의 인생에 개입하게 된다.
'원탁의 천사'는 코미디의 외피를 입고 10대들이 주로 등장하는 학원물에 가깝지만 주제는 아들에게 다가가려는 아버지의 노력을 담고 있다. 과연 그들은 소통할 수 있을까.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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