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대한 인물은 범상치 않은 꿈?

잠 속에 빠져든 뇌가 만들어내는 '꿈'. 일상생활속의 일들이 영상으로 재현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래를 예지하는 기능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태몽(胎夢)은 꿈 가운데 미래 예지적 기능이 있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널리 믿어지고 있다. 위대한 인물들은 대개 범상찮은 태몽을 가지고 있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몽을 꾼다. 대통령이나 잘나가는 정치인, 연예인, 역사속의 위인들의 태몽은 뭔가 특별한 것이 숨어있다. 태몽, 과연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 것일까?

△태몽이란 무엇인가

한국의 두 번째 추기경이 된 정진석 추기경. 그의 태몽은 인상적이다. 천주교 주교의 관을 쓰고 지팡이를 든 청년이 나타나 "어머니, 저 주교 됐어요."라고 말하는 꿈을 꾸고 태어난 이가 바로 그다. 정말 '꿈 같은 이야기'이지만 결국 그는 추기경이 돼 태몽을 현실로 만들었다.

태몽을 통해 사람들은 임신 여부와 태아의 성별, 장래의 운명까지 점쳐본다. 과학적으로 풀이할 수는 없지만 태몽의 상당 부분은 현실과 연결되는 탓에 우리나라에서 태몽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꿈을 믿지 않는 사람까지도 자신이나 자녀의 태몽에 대한 관심을 지니게 마련이다. 과거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출산 경험이 있는 기혼여성 426명을 대상으로 태몽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2.9%가 태몽을 꾼 것으로 조사됐다.

태몽은 왜 꾸는 것일까? 최태진 신경정신과 원장은 "아이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태몽을 꾸게 하는 것 같다."라며 "인간의 무의식속에는 깨어있을 때 인식하지 못하는 아주 세세한 정보들까지 담겨 있는데 부모의 성격이나, 생활환경, 앞으로 아이가 살아나가야 할 상황 등이 종합적으로 집약돼 나타나는 꿈이 바로 태몽"이라고 설명했다.

임신 때의 신체적 변화로 인해 태몽을 꾼다는 설도 있다. 태몽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알꿈, 아니면 용꿈이다. 이 꿈들은 둥근 난자가 나팔관 벽을 자극하는 것이 꿈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나팔관의 꿈틀거리는 연동운동이 용꿈으로 표현된다는 해석이다. 넥타이를 맨 채 잠이 들면 밤새 목이 졸리는 꿈을 꾸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태몽을 꾸고나면 그 내용을 토대로 태아의 성별을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태몽에 특정한 동'식물이 등장했다고 해서 이것이 꼭 아들, 딸을 상징해 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태몽은 오히려 태어날 아이의 운세를 보여준다고 태몽 분석가들은 말한다. 산(山) 꿈을 꾸고 태어난 아들은 너그럽고 넓은 품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호랑이 꿈을 꾸고 태어난 딸은 남자 뺨치게 강인하며 호탕한 성격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라는 식이다.

태몽은 임산부나 그 남편이 꾸는 것만이 아니다. 시어머니나 친구, 직장 동료 등 가까운 주위사람들이 대신 꾸기도 한다.

그렇다면 외국에도 '태몽'이라는 개념이 존재할까? 서구에서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태몽'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사영어사 강사 필립(28) 씨는 "미국에서는 아기를 가졌을 때 특별한 꿈을 꾼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한국사람들이 태몽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호기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좋은 태몽을 꾸고 태어났다고 해서 저절로 큰 인물로 성장하는 것은 아닌 법. 생명의 탄생에 대해 준비하고 소망하며 자식사랑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이 태몽의 가치가 아닐까. (라이프매일 2006년 8월 3일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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