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5천500원짜리 밥이라고요?"
지난달 말 강원도의 한 유명 리조트에서 아들과 함께 2박3일 여름 방학 캠프에 참가했던 양모(40·여) 씨. 1인당 16만 원을 내고 가슴 설레며 향했던 여름방학 캠프가 지금은 차라리 잊고 싶은 '악몽'이 됐다.
한 끼당 5천500원이라고 믿기에는 첫날부터 식사가 너무 형편없었다는 것. 돌아오는 날은 더욱 점입가경이었다. 국, 물만두 5개, 요구르트, 숙주나물 무침, 김치가 전부였다. 리조트 측에 따졌지만 700~800명이나 되는 단체식이라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양 씨는 결국 거의 굶다시피하다 아들과 리조트 밖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양 씨는 "5천500원이나 하는 단체식이면 참가인원이 많은 만큼 오히려 질이 더 좋아야 할 것 아니냐."며 "아들 혼자 보냈더라면 이런 속사정을 전혀 몰랐을 것"이라고 화를 냈다.
지난달 한 시민단체의 캠프실태 조사원으로 활동했던 주부 하현덕 씨. 하씨도 부실한 캠프 현장을 곳곳에서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부 해외 캠프에서는 주최 측이 인솔자 없이 아이들만 보내는 곳도 있었습니다. 외국 공항에 도착한 아이들은 현지 협조인이 나올 때까지 몇 시간을 자기들끼리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이럴 수 있느냐'고 주최 측에 따졌지만 '(고생하면서) 영어를 배우는 것' 이라는 황당한 답만 돌아왔다는 것. 하 씨는 "부모들이 프로그램의 내용에만 관심을 두기 때문"이라며 "당연히 제공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서비스들이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근 캠프포털 '캠프나라'가 자녀를 캠프에 보낸 경험이 있는 주부들을 '캠프 엄마 감시단'으로 선정, 2개월간 30여 곳의 캠프 현장을 방문 또는 전화조사한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적잖은 비용을 들여 참가한 여름방학 캠프에서 숙식이나 안전 대책, 강사 자질 등이 기대에 훨씬 못미쳐 실망만 안고 돌아오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출이 엄마 감시단 단장은 "냄새가 나거나 곰팡이가 핀 침구, 고장난 냉방시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나 식단의 임의 변경 등 부실한 숙식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보험 가입 서류를 제출한 캠프 단체가 30%에 불과한 등 캠프 주최 측의 안전 불감증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캠프기간 중 간호사를 대동한다는 업체 수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았고, 비상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갖춘 곳도 찾기 힘들었다.
청소년지도사, 상담사, 정교사 등의 자격증을 소지한 강사는 5%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사로서의 소양이나 자질이 없는 무자격자나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이 공공연히 현장 지도를 맡고 있어 캠프 본래의 교육적 취지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었다.
세부적인 프로그램, 인솔자와 강사 등을 공개하는 설명회를 개최하는 곳도 전체 10%에 못 미쳤다. 캠프 진행 중에는 부모의 방문이나 참관을 기피하는 곳도 많았다.
김병진 캠프나라 홍보팀장은 "영리만 쫓는 업체들이 방학 때마다 우후죽순처럼 부실한 캠프를 진행해 참가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학생 캠프 관련 법규를 제정하고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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