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포럼] 먹는 물 신뢰성 회복 어떻게하나

몇 해 전의 1,4-다이옥산 사건 그리고 최근의 퍼클로레이트 사건 등 식수원 오염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먹는 물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고 있으며 음용수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음용수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 속에 2002년 7월에 먹는 물 수질기준항목을 55개로 늘렸고, 특별·광역시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수질감시항목 20개, 자체검사항목 등을 포함해 모두 120~250개에 이르는 검사항목을 정하여 수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재 대구시도 자체항목 53개를 포함, 128개의 검사항목을 평가하고 있다. 정부는 물환경정보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수질측정자료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있고 민관합동의 각종 위원회 구성을 통해 수질의 신뢰성 확보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먹는 물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과 불신이 해마다 불거지는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 원수의 질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하거나 수처리 기술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일까? 금수강산이란 말이 옛말이 되긴 했지만 우리나라 수질은 미국이나 유럽 지역보다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최근 미국에서는 우리가 겪고 있지 않는 비소 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처리방법 모색과 대처방안 강구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수자원이 부족한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은 하수 처리수를 지하수로 주입한 후 먹는 물로 재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수처리와 분석 기술을 보면 중대형 규모 정수장의 경우 최신의 설비, 장비, 인력들이 갖추어져 있고 상하수도협회, 수자원공사, 보건환경연구원 등과의 협조를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표준정수처리법으로 운전되고 있는 정수장에서 양질의 음용수를 생산하기 위해서 미세 콜로이드 물질, 미량 용존성 오염물질 등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활성탄 흡착, 오존처리, 막분리 등 고도정수처리기술을 도입하거나 고려 중에 있지만 이 또한 완벽하지는 않다. 특히 급속한 산업화와 산업체의 다변화에 따라 수원으로 유입되는 다양한 유해오염 물질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이러한 원인들 자체보다는 긴급상황에서의 안이한 대처 및 효과적인 대처 시스템의 부재가 먹는 물에 대한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1991년도의 페놀사건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 당시 페놀 유출도 문제였지만 정수장에서의 과다 염소 주입으로 인한 클로로페놀 생성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따라서 오염물질이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에 이에 대한 명확한 기술적 대처방안 마련과 함께 체계적인 시스템 관리 및 운영이 요구된다. 기준초과와 같은 우려상황 발생시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즉각적으로 상황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고, 기술적, 보건의학적 검토를 통해 정수장 및 가정에서 취할 수 있는 대처방안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취수원 및 인근 산업체를 조사하여 오염원을 규명하고 제거하는 것이 병행되어야 하며 모든 상황은 시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현재 화학물질은 그 종을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고 매일 새로운 물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질검사항목에 이 모든 유해물질을 모두 포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선진국의 사례를 바탕으로 따라가며 항목과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사후약방문식 처방에 불과할 것이다. 화학물질의 검출한계와 위해성은 과학의 발달과 함께 변화되므로 단순히 현재의 기준으로 상황을 바라보아서도 안된다.

때문에 무엇보다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취수원 인접 및 상류 지역에 위치한 산업체의 경우 사용하는 화학물질을 의무적으로 환경 당국에 보고하고 수도사업소는 이를 근거로 취수원에서부터 오염물질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특히 보고된 항목 외에 유추항목을 별도로 선정하여 감시함으로써 보고의무 이행 여부와 수질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믿고 먹을 수 있는 물은 환경기술의 진보뿐만 아니라 관계 당국의 신뢰성 있는 대처와 합리적인 시스템 구축이 이루어질 때만이 가능할 것이다.

추광호 경북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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