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흡연 소방관 폐암 사망, 공무원 재해 인정"

흡연 소방관의 폐암 사망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서울고법 제10특별부는 지난 달 7일 2004년 8월 폐암으로 숨진 김진근(당시 46 세.소방위)씨의 부인 김경연(45.대구)씨가 지난 해 11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깨고 공단측의 처분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 소방위가 소방공무원으로 장기간 근무하며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등에서 화재진압과 구조활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유독가스 등 발암물질의 장기적 노출이 흡연 못지 않게 김 씨의 폐암 발병과 관계가 많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숨진 김 소방위는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화재 참사 당시 서부소방서 구조대장으로 직접 지하 현장으로 뛰어들어 41명을 구조하고 시신 13구를 수습한 뒤 다친 부하직원까지 실어 보내면서 끝까지 현장을 지켰다.

고 김 소방위의 부인은 남편의 폐암 발병 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공무원연금관리공단과 행정자치부에 공무상 요양 신청, 유족보상금 지급, 재심 등을 잇따라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된 데다 1심 행정소송에서도 패소 판결을 받았다. 폐암유발 물질 노출 여부·정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데다 고인이 20년 이상 하루 1~2갑의 담배를 피워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번 서울고법의 원고 승소판결에 대해 김 소방위의 유족과 동료들은 당연하다는 반응. 이번 판결로 인해 앞으로 유사한 사례의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남편의 퇴직금을 병원비로 모두 써버리고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두 자녀와 힘들게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김씨는 "무엇보다 남편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게 됐다"며 소송을 이끌어주고 자녀의 학비를 보태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동료 소방관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한편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은 이번 판결에 불복, 지난 달 25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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