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벌 중독교사' 학교가 만든다

체벌 ㅇ고 교사 "이게 아닌데…멈출수 없었다"

교과이론교육에 편중된 교원양성과 임용, 성과위주의 학교운영 시스템이 '매 드는 교사'를 만들어내고 있다.

더욱이 과잉체벌이 끊임없이 사회문제가 되는데도 훈계나 면학 분위기 조성 등을 내세워 습관적으로 매를 드는 이른바 '체벌 중독' 현상을 보이는 교사들도 있어 교사 양성과정부터 인성지도와 실습경험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교육대와 사범대의 교사양성 과정은 교과지도 중심의 이론교육이 대부분으로 실습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임용 후 현장적응,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인성지도 등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대구교대의 경우 이수학점 145학점 중 실습은 4학점에 불과하고 지역대학의 사범대는 150학점 중 3학점만 배정돼 있다. 그나마 실습시간은 수업설계와 교안작성, 수업발표 등 교과 중심으로 짜여 있다.

지각한 학생을 200대나 때려 문제가 된 대구 수성구 ㅇ고교의 교사(35)는 "초년 교사 때는 학생들에게 존댓말도 쓰고 인격적으로 대하려 했지만 학생 지도 방법을 모르는 상황에서는 체벌이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며 "학생들을 때리면서 스스로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멈출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또 "학생이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에도 주변의 동료교사들이 무관심해 악역을 도맡아 하게 되다 보니 점점 체벌에 중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순 대구화남초교 교장은 "체벌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지만 마약처럼 중독되는 경향이 있다."며 "교사 스스로 학생들과 의사소통하고 호흡을 맞추려는 자기 개발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과거의 경우 선배교사들이 학내생활 속에서 학생 지도 요령을 자연스럽게 전수했으나 세대 차이로 인해 선·후배 교사 간 대화가 단절되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성과 중심의 학교 운영도 교사들의 체벌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대구의 한 고교 교사는 "대학입시 결과를 중시하는 일반계 고교의 특성상 대화와 칭찬을 통한 인성지도보다는 체벌을 해서라도 성적을 높여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매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999년부터 체벌을 없애자는 취지로 '상담교사 자격과정'을 전국 교육대학원에 개설, 교사들의 자격취득을 권장하고 있으나 근원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학원마다 연 30명씩 자격증 취득 교사를 배출하고 있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기회가 전혀 없는 실정.

한 대학원 관계자는 "단순히 경력 관리를 위해 상담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교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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