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살다'라는 동사의 명사형인 '살음'에 어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살다'라는 말과 '살음'이란 말이 수용하는 범위는 일치하지 않는다. '살다'라는 말은 목숨을 이어가며 존재하는 육체적인 것, '살음'이란 정신적인 면이 보다 강조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따라서 삶이란 눈에 보이는 육체를 존재시키는 활동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의 지속적인 활동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 '살다'라는 말은 동식물에게도 사용되지만 '삶'이란 주로 사람에게만 사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동식물이 살아가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 그 근본적인 차이는 정신적인 것의 존재이다. 꿈과 희망을 가지고 웃고 울며 존재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고 사랑하며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정신적인 살음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정신적인 살음이 인간에게 있기 때문에 예술과 종교와 교육이 존재하며 인간 사회가 이루어진다. 정신적인 삶이 없을 때는 동물의 살음과 다를 바 없으며 인간사회는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동물세계와 같이 될 것이다.
사람다운 삶이란 영원한 것을 바라며 육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며 육체의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을 들으며 사는 정신적인 살음이다. 이러한 삶에는 조급함이 없고 여유가 있으며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는 소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정신적인 삶에 부정적인 경우도 있다. 매사를 비뚤게 보고 파괴적인 상상을 하며 타인의 입장보다는 자신의 입장만이 사리판단의 중앙에 있는 욕심이 가득한 살음이 그것이다. '사촌이 논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나온 것처럼 시기와 질투, 맹목적인 이기심만이 가득한 살음이다.
이러한 삶은 항상 불만족 가운데 있으며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까지 고통과 피해를 준다. 곳곳에 다툼과 소송, 싸움과 살인이 벌어지는 것은 잘못된 정신적인 삶의 결과이다. 정신적인 삶은 긍정적일 때 동식물보다 나은 생활을 가져다 줄 수 있지만, 부정적일 때는 동식물보다도 못한 생활을 하게 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정신의 살음을 해야 한다. 사람뿐 아니라 만물을 아름답게 보고 희망을 가지고 사랑하며 사는 삶이다. 이러한 삶들이 많아질 때 사람살기 좋고 윤택한 사회가 될 것이다.
이영기(계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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