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체첸은 무법천지..납치 고문 횡행"

체첸이 강간과 고문, 불법구금, 납치, 절도는 물론 사적인 처벌이 횡행하는 무법천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NYT는 영상 촬영이 가능한 휴대전화 등으로 불법이 자행되는 체첸 현장을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를 바탕으로 무법의 현장을 고발했다.

비디오에 담긴 한 사례다.

이번 여름 체첸 내 샬리라는 도시에서 가정이 있는 성인 남녀가 차안에서 시시덕거리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어 수많은 경찰관들에게 둘러싸여 조롱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찰관들은 남자에게 상대 여자를 걷어차도록 시키는가 하면 두 남녀를 희롱할 목적으로 해괴한 춤을 추도록 강요한다. 한 경찰관은여자를 걷어차고 머리를 잡아 흔들기도 한다.

이 비디오에서 가해 경찰관들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상급기관으로부터 가혹행위에 대한 조사조차 받지 않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쿠르차로이에서는 람잔 카디로프 현 체첸 총리의 부대가 체첸 반군인 아흐마드 두샤예프라는 인물을 생포해 참수하고 그의 목을 도심에파이프로 걸어놓기도 했다고 현지 주민들이 전했다. 실제 비디오에도 경찰복장의 관리들이 잘려 매달린 머리를 보며 낄낄대는 모습이 나온다.

한달간 집을 비웠다는 이유로 간통혐의로 이혼당하고 고소당해 경찰로부터 매질당해 유산까지 해야 했던 말리카 솔타예바(23)의 사례는 체첸이라는 무법천지에서여성이 얼마나 핍박받고 있는 지가 비디오에 상세하게 담겨있다.

솔타예바가 집을 비운 새 그녀 가족은 실종신고를 했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남편이 그녀를 간통혐의로 고소하고 내쫓았다. 부득이 숙모 집으로 머물렀던 그녀는 이어 경찰에 간통혐의로 체포됐다. 체포 시점은 지난 5월19일로 기록돼 있다.

경찰은 이렇다 할 조사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그녀를 죄인으로 몰아 머리카락과눈썹를 가위로 싹둑 자르는 가 하면 그녀의 머리에 녹색을 칠했다. 이른바 현지 이슬람 전통법을 따른 것.

솔타예바가 러시아 군인과 동침하는 등 간통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남편과 경찰 당국의 주장이며, 그녀는 자백을 강요당하며 옷이 벗겨진 채로 온 몸을 매질당했다.

심지어 이런 장면도 나온다. 경찰은 그녀를 매질하면서 간통 대상자로 추정되는인물인 남자의 이름인 "세르게이"라는 이름을 외치라는 희한한 요구를 하는 가 하면경찰이 솔타예바를 이혼한 남편이 사는 동네로 끌고가 주민들 앞에서 춤을 추도록 강요하고, 이 과정에서 일부 주민에게 그녀가 걷어차이는 장면도 나온다.

여기에서 솔타예바는 유산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솔타예바는 결백을 주장한다. 그녀가 점원으로 일하던 가게에서 한 러시아군인을 만나기는 했지만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

체첸의 수도인 그로즈니에서 사설 인권단체의 간부로 일하고 있는 나탈랴 에스테미로바는 살타예바의 사례로 체첸 당국을 고발하려 했으나, 당국은 오히려 솔타예바가 납치당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면서 되레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법행위는 폭도와 난동자, 전쟁후 복귀한 군인 등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으나 경찰도 불법행위자의 일원이 되기도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체첸과 러시아 당국은 체첸 전쟁후 군인과 경찰 등에게 사실상 면책특권을 부여함으로써 이런 일이 나고 있다는 것.

NYT는 카디로프 총리가 이끄는 체첸 정부는 친 러시아 내각으로, 정규과정을 거의 거치지 못한 반군 출신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카디로프 내각의 보안군의 경우 반(反) 슬라브 정서가 강하고 잔혹함에 길들여진 중세 이슬람 주의자들로 체첸 전쟁 이전에 폭정의 주도세력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체첸 공화국의 장래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NYT는 입수했던 4개의 비디오테이프를 지난 29일 카디로프 총리에게 전달했고, 총리는 조사를 지시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에스테미로바는 솔타예바를 체포, 고문했던 문제의 부대는 지난 4월 해산됐으나 가해 인물들은 처벌받지 않은 채 또 다른 부대로 배치돼 "이제는 체포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