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군기지 주변 '땅값만 폭등'…이전은?

매매는 안되고 오염으로 이전도 연기…"이젠 지쳤다"

대구 미군기지 주변 동네 사람들이 다시 혼란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2004년 한·미 간 LPP(연합 토지관리계획) 발표로 대구 미군기지의 이전이 기정 사실화됐을 때만 해도 동네 사람들은 잔뜩 기대에 들떴다. 수십 년 동안 각종 규제에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해 개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도심의 낙후된 남구지역 기지 주변이 변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

그러나 지난 2년여 동안 땅값만 잔뜩 상승, 매매가 실종돼 버렸고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군 기지 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마저 확인되면서 또다시 미군 기지 이전 작업이 암초에 부딪쳤다. 게다가 이달 주한 미군 공여지역 및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이 발표됐지만 상황은 변한 것이 없다.

따라서 주변 동네사람들은 "이제 지쳤다."며 중앙정부는 물론, 대구시와 남구청을 원망하고 있다.

미군 기지 이전 장소인 캠프워커 A3비행장 활주로 인근 지역인 대구 남구 봉덕3동. 미군 기지 이전설 이후 남구 최고의 땅값을 기록하면서 평당 1천만 원을 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봉덕3동의 부동산 업자인 강모(60) 씨는 "지난 2004년 평당 300만 원이었던 땅 값이 현재는 600만 원에서 700만 원까지 호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씨는 "2005년 3월 이후 매매가 전혀 성사되지 않고 있다."고 허탈해 했다.

또다른 부동산 중개업자인 하모(56) 씨도 "기지 이전지 주변땅 매매가 중단된지 벌써 1년 6개월이 넘었다."고 전했다.

지난 1993년 '미군기지 피해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활동해 온 차태봉(66·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57년 동안 피해를 입으며 살아왔는데 또 다시 이렇게 허송세월 하면서 기다려야 하느냐"고 발끈했다.

이런 가운데 이전 예정 미군기지의 오염이 심각하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오고 오염의 완전 치유 때까지 또다시 기지 이전이 미뤄지게 된 것.

환경부가 국회에 제출한 '반환 미군기지 환경치유 협상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남구 대명동과 봉덕동에 위치한 캠프워커 H-805 헬기장과 A3 비행장 활주로 2만 1천591평 상당부분이 심각히 오염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수 오염정도가 기준치의 300배를 넘었고, 기름오염 정도는 기준치의 20배를 웃돌았으며 중금속 오염도 우려할 수준이며 자연 치유가 가능하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석유계 총탄화수소 오염도 역시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것으로 드러난 것.

계명대학교 환경공학과 박상원 교수는 "중금속으로 오염된 지하수의 경우 지하수 전체를 빼내 버리는 것 외에는 별 방법이 없다."면서 "중금속은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아 치유에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기준치의 20배를 넘은 석유계 탄화수소 (THP)의 경우, "중금속에 비해선 자연 치유가 가능하지만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특성 때문에 결국 땅을 파서 제거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남구청 측은 오염된 땅의 치유에는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 미군기지 이전 이후 실제 이 동네개발이 이뤄지기까지는 또 다시 몇 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주민들의 걱정은 깊어만 가고 있다. 남구청은 당초 올해말 기지 이전을 예상하고 각종 개발계획들을 추진했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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