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특유의 '휴먼 코드'를 대폭 줄인 본격 추리물, 16~20부의 전형적인 형태를 벗어난 4부작 초미니시리즈, 청와대 내의 살인사건이라는 파격적인 소재, 완전 사전제작제.
KBS 2TV가 일반 미니시리즈가 방송되는 평일 오후 10시대에 장르와 소재 등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실험적인 드라마를 방송한다. 13일부터 2주간 수·목요일에 방송되는 윤태영·소이현 주연의 4부작 '특수수사일지:1호관 사건'(극본 유숭열, 연출 권계홍)이다.
김종식 KBS 드라마2팀장은 "요즘 한국 드라마는 트렌디, 사극, 아줌마 드라마 등 3가지 장르에 국한된 게 사실"이라며 "국내 시청자는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판단에 제작하게 됐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드라마는 남북한과 미국의 '2+1 평화협정 정상회담' 3일을 앞두고 청와대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다. 3일 동안 하루에 한 구씩 시체가 발견되며, 드라마는 한 회에 하루를 할당해 긴박한 사건을 쫓는다.
권계홍 PD는 "아침에 사건이 벌어진 후 이를 해결할 때쯤이면 자정에 다시 새로운 사건이 터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정해진 현실의 시간을 토대로 드라마가 분할된다는 점에서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기 전날 하루의 이야기를 다룬 미국 드라마 '24'가 연상되며, 과학적인 수사에 초점을 맞춘다는 면에서는 'CSI' 등과 일맥상통한다.
청와대를 배경으로 범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종로경찰서 형사 김한수(윤태영)와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계장 박희영(소이현)이 비밀리에 투입돼 범인을 쫓는다. 두 사람은 그 동안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가 보여준 것과는 달리 멜로보다는 '범인 잡기'에 더 열중한다.
권 PD는 "외국 시청자는 사건의 트릭에 관심이 많지만 우리 시청자는 그것보다는 인간적인 면과 범행의 이유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며 "우리 드라마는 휴먼과 추리 사이에서 절충을 했는데, 이에 대해 시청자가 낯설어하지 않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KBS는 내년에도 이 같은 형식의 '실험 드라마'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 팀장은 "내년에도 월화와 수목 드라마에 2편씩 모두 4편 정도 다양한 장르의 초미니시리즈를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작진은 올 초 청와대 행정관의 아내 살해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극 중 배경 변경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드라마의 배경과 관련해 외부로부터 어떤 압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제작진 자체 검열 차원에서 배경을 재벌가로 바꿀 생각도 했다"면서 "하지만 '실제 청와대 사건' 이전부터 기획된 드라마이고, 청와대가 아니면 극적 긴장감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판단에 제작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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