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8일 발표한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은 지역균형발전과 수도권규제완화라는 상충된 과제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 고민의 결과는 일단 '수도권 규제완화 불허(不許)'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예상대로 이번 종합대책에는 재계가 강력하게 요구해온 하이닉스의 이천공장을 포함한 수도권내 공장증설은 일단 유보됐다. 수도권 공장총량 면적을 지금보다 368만㎡ 늘리기로 했지만 이 역시 기존 공업지역을 새로 포함한 것이어서 실제로는 늘어난 것이 없다. 이렇게 볼 때 정부는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지방의 우려를 상당폭 감안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지방이 가장 신경쓰고 있는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증설 문제가 '불가'로 결론이 난 것이 아니라 추후 검토해 선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기존의 방침과 달라진 것이 없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나 선별허용의 폭에 따라 지방경제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수도권 공장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8개. 이중 5개는 성장관리권역, 하이닉스를 포함한 2개는 자연보전권역, 1개는 과밀억제권역에 있다. 정부는 이중 성장관리권역에 있는 5개 기업 중 공장이전 문제가 걸려 있는 1개를 제외한 4개 기업에 대해서는 빨리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어렵지만 수도권 공장증설이 허용된 사례는 모두 성장관리권역에 있는 기업들이라는 점에서 결론의 방향은 '허용'일 가능성이 높다.
대책 발표후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여당내 수도권 출신 의원들의 불만이 많다. 정부가 각종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발표했을 때 수도권의 규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차질없이 이행하라며 정부를 압박하는 등 여권이 강력한 수도권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도 '허용'의 가능성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정부가 이들 기업의 공장증설을 허용할 경우 의도했든 안했든 이번 대책은 '지방'에 대한 기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허용해주기로 결론을 내놓고 연막만 피운 꼴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이번 대책은 비수도권 창업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금액에 대해 10억 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비수도권 지역의 창업 활성화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공장 증설의 선별허용은 결국 비수도권에 창업하려는 기업들의 관심을 다시 수도권으로 돌리게 함으로써 정책목표 달성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경훈기자 jgh0316@msnet.co.kr
◆창업·투자
▷내년부터 비수도권에 창업 중소기업에 공장설립 및 설비투자 금액의 10%를 3년에 걸쳐 보조금으로 지급. 앞으로 3년간 창업 중소기업에게 12개 부담금 일괄 면제.
▷평당 연 5천원 수준의 임대료로 50년간 임대하는 임대전용산업단지 140만평을 추가 공급.
▷아파트형 공장내 상가나 음식점 등 지원시설의 비율을 30%에서 50%로 확대하고 산업단지 개발시행자도 아파트형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
▷해외에 투자한 국내기업이 국내로 돌아와 투자하는 경우 신규 채용인력의 50%까지 외국인근로자 고용을 허용.
◆설립·입지 규제완화
▷관리지역내에 '공장입지 유도지구'(3만~50만㎡)를 신설, 공장 설립시 사전환경성, 재해영향성 검토 등을 면제. 지정면적이 30만㎡ 이상이고 공장유치 면적이 지정면적의 50% 이상인 지구는 균형발전특별회계에서 진입도로, 공업용수 등 기반시설을 지원.
▷관리지역의 79개, 농공단지의 63개 입지금지 업종을 전면 재조정하고, 생산녹지 중 읍·면에만 허용되고 있는 첨단업종 공장의 신·증설을 동지역에도 허용.
▷농공단지가 산업단지 수준의 기반시설(도로·녹지 등)을 갖춘 경우 공장증설이 용이한 산업단지로 전환 허용.
◆인력공급
▷창업·중소·외국인투자 기업이 5억 원 이상 신규투자(토지제외) 시 외국인 고용한도 이외에 내국인 고용분만큼 외국인 추가고용 허용(50인 한도).
▷중소기업이 대기업·금융기관에서 20년 이상 재직한 50세 이상 전문인력을 채용할 경우 1년간 월 120만 원의 보조금 지원.
▷아파트 특별분양시 제조업·기식기반서비스업종의 중소기업에 5년 이상 근무한 무주택 세대주의 배정물량을 공무원·군인보다 더 많이 공급.
◆지방행정서비스 혁신
▷시·도지사가 운영하는 '중소기업 지원 협의체'를 구성, 기초단체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항을 해결하고, 재경부·행자부·예산처 장관과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시·도경제협의회'를 구성해 지역경제협의회에서 상정한 사안 해결.
◆중소기업 금융 선진화
▷2009년까지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공급액 가운데 기술평가보증액을 총 보증의 60%로 확대.
▷현재 시설, 설비, 기계, 차량 및 이와 직접 관련된 부동산으로 제한되어 있는 부동산 리스를 중소제조업자가 소유한 업무용 부동산으로 확대하고 단계적으로 서비스업으로도 확대.
◆경쟁력있는 물류인프라 구축
▷중소기업의 물류비 절감을 위해 구미(중부권), 광주(서남권), 남동(경인권)에 공동물류센터 건립. 중소물류기업에 대해 중소제조기업과 동일하게 개발부담금 및 부지 조성시 대체초지 조성비 50% 감면.
◆환경규제 개선
▷폐수종말처리기술의 진단업무를 수질관리분야 엔지니어링 회사 및 기술사 등 민간기관에 개방.
▷소음·진동 배출시설을 증설할 때 변경신고 기준을 현행 기존시설의 30% 증설에서 50%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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