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한 대학 도서관 앞에서 만난 박규철(가명·26·농대 1년) 씨. "수업이 늦게 끝나 미안하다."며 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값싸고 맛있는 분식집을 소개하겠다."며 취재진의 손을 이끌었다. 순두부찌개 2인분(5천원)을 시켜놓고 자신의 남한 생활을 들려줬다.
"중국에 있던 3년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였어요. 겨울에 추운 천막에서 담요 하나 없이 자고..."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 5원(우리돈 2천 원 가량)을 받았다. 주인은 돈을 주기 싫으면 '탈북자'라고 공안에 신고했다. 3번이나 잡혀갔다.
그는 "이래 저래 죽는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중국 국경을 넘어 베트남으로 갔다. 그리고 5년 전 남한땅을 밟았다.
22살 때는 서울에서 PC방을 전전하며 한 해를 살았다. 말이 통하지 않아 받아주는 곳도 없었다. 23살 때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후 이곳 농대로 진학했다.
"공부요? 따라가기 힘들죠. 언어장애(?)만 없으면 발표수업도 잘할 수 있는데...."
박 씨는 고교 시절 부산에서 '평생 아들로 삼겠다.'는 양부모를 만났다. 정부지원금 등 돈을 관리해주며 박 씨의 꿈을 돕고 있다. 지난 학기 그는 3.0 학점으로 장학금을 받았다.
"친구 사귀기가 힘들어요. 대화가 잘 안돼요. 제 생각과 다른 것도 많고."
그는 외롭단다. 혼자라는 생각에 뜬금없이 눈물이 흐를 때도 많다. 거기다 북한에서 중국에서 못 먹고 고생한 탓에 늘 신경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린다. 그래도 밝게 웃는다.
"꿈이 있잖아요. 대학원에 가서 식물재배학 분야의 최고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한자능력시험 3급을 준비하고 있다는 박 씨는 취재진에게 공부 방법도 물었다. 진지한 눈빛이었다.
"남한은 자본주의잖아요. 공부만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이 돼 돈도 많이 벌 수 있잖아요. 그때 제 가족을 모두 데려와 호강시켜주고 싶어요."
서상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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