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논술을 위한 철학이야기) ②예시문에 비춰본 통합논술

수도권 주요 신문사들까지 가세한 논술시장이 근본에서부터 요동치고 있다. 소위 통합논술(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 연세대의 '다면사고형 논술', 그리고 고려대의 '통합논술' 등을 총칭해서 부르는 이름) 시장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그들은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시장의 외연을 양적으로 엄청나게 넓혀나가고 있다. 논술학원을 믿기 힘들어진 소비자들로서는 신문사들의 공신력에서 제공되는 통합논술교육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입전형에서 논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되는 반응이다. 그러나 통합논술에 대비한다는 신문사들과 새롭게 등장하는 논술학원들의 프로그램들이 과연 얼마나 통합논술교육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이제 통합논술 자체의 개념보다 시행되고 있는 통합논술교육의 실효성을 총체적으로 검증하는 논술이 제시되어야할 시점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상황이야 어떻든 통합논술의 본성을 정확히 이해할 수만 있다면 수험생들은 지혜롭게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주의 글을 통해서 통합논술의 취지와 기본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제 다른 두 가지의 의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먼저 소위 통합논술을 2008년부터 시작하겠다는 대학들은 과연 어떤 식으로 문제를 내겠다는 말인가?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을 서울대와 연세대의 '2008년도 논술고사 예시문항'을 통해서 알아보자. 우선 가장 눈여겨 봐야할 변화는 논술 문제가 하나의 논제를 주고 씌어진 글 하나만으로 평가하는 기존의 단수 논제(논술의 주제, 즉 문항을 의미함) 형태의 문항 방식을 지양하고 사고과정의 논리적-비판적 추론을 통한 창의적 문제해결의 흐름을 판단하기 위해 세부 논제도 함께 출제되는 복수 논제 형태의 문항 구성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3 또는 4개, 많게는 5개의 복수 제시문을 주고 그들을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하여 글을 쓰게 하는 복수 논제들을 출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시문들 중에서 '(가)와 (나)를 토대로, (다)의 ~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그 입장을 정당화하시오.' 또는 '(가), (나), (다), (라)를 입장에 따라 2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그렇게 나눈 이유를 논술하시오.' 등과 같은 3개 정도의 복수논제로 구성된다. 간혹 하나의 긴 제시문에 하나의 논제를 제시하더라도 조건과 참고사항을 다양하게 제시한다. 예를 들어 자연계 논술의 단수 제시문 아래에 '아래 가), 나)와 같이 조건이 달라지는 경우, 지구는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지 지질, 대기, 환경 및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의 관점에서 (참고사항을 고려하여) 논하시오.' 같은 복잡한 통합적 단수논제 등이다.

또한 인문계열의 제시문에 기본적인 수리적 논리의 이해를 요구하는 도표와 수치가 많이 들어간다는 것-통계나 조건 등의 자료를 해석, 응용, 평가하여 논제를 해결하는-에 주목해야 한다. 인문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사회과학, 자연과학적인 논리를 분석적으로 결합하여 습득한 지식을 창의적으로 통합한다는 의지가 분명하게 들어간 대목이다. 그리고 서울대 인문계열 논술의 경우 수험생들은 4시간 동안 논제에 따라 300~1천600자, 자연계열 논제의 경우에는 길이 제한을 두지 않고 논술들을 구성해내야 한다. 한편 연세대는 논제들의 합한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보고 75점의 논제는 1천500자, 25점은 800자 정도 분량을 2시간 30분 동안 만들도록 수험생들에게 요구 한다. 마지막으로 요구하는 글쓰기의 논조를 살펴보면 연세대의 논제는 '~를 논술하시오', '~를 설명하시오', 그리고 '~를 예측하시오'로, 서울대는 '논술하시오', '이유를 들어 설명하시오', '~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 하시오', '~를 논 하시오', '타당성을 입증하시오', 그리고 '~를 평가하시오'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것은 바로 글의 길이에 관계없이 논리적으로 완결된 형태의 논술문을 제시하라는 분명한 요구이며, 창작적 또는 문학적 글쓰기와 본질적으로 분명하게 구별되는 논술(logical writings 또는 argumentative essays)의 원래 의미를 더욱 더 강조한다는 것과 개별교과적 지식을 단순하게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함축한다.

논술은 그 내용이 무엇이든 논리적 추론 또는 논증의 과정을 분명히 포함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의 토대는 논리적 사고이다.(논리 없는 비판은 무의미하며, 비판의 적절성은 그 비판이 의존해 있는 논리의 타당성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래서 그것이 서론, 본론, 결론의 형태든 기, 승, 전, 결의 형태든 주어진 내용을 논리적-비판적 사고를 통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분명히 보여 주어야한다. 창의적 사고의 단계는 비판적 사고의 과정을 필히 거쳐야한다.(창의적 사고는 그 사고의 대상 내용에 관한 모든 가능한 비판적 사고에 대한 검토를 반드시 전제해야 한다.) 비판이 결여된 창의는 참된 창의가 아니라 창의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다. 글이 짧건 길건 간에 문법적으로 조금 어색하거나,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논리적-비판적-창의적 과정을 분명히 보여주는 완결성이 논술의 관건이며 이것이 영역전이적 통합논술 구성의 중요한 한 방법론이 또한 되는 셈이다.

이종왕(영남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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