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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동에서] 정치, 고향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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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추석이다.

올해는 추석 앞뒤로 '빨간 날'도 많다. 쉬는 날이 많아 좋지만 고향길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넉넉지 않은 주머니 탓에 부모님 뵙기가 마냥 부끄럽고, 친지들을 찾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도 될 법. 보름달 같아야 할 한가위 민심이 결코 풍성하지 않다는 얘기다.

이러한 터에 추석 차례를 마치면 결코 입에 올리고 싶지 않지만 '정치'가 단골메뉴로 오른다. 민초들은 서로 입을 맞춘 듯 거침없이 넋두리를 쏟아낼 게다.

촌로들 말씀을 빌리면 "(정치인은) 입만 살았어. 명절 때면 연례행사처럼 마을회관과 노인정을 찾아와선 어른들 말은 잘 새겨듣는 척 하지만 돌아서면 까마귀가 돼. 이젠 제발 오지 말았으면 싶어."이다.

또 다른 민초들은 "높은 분들, 제발 민생 갖고 장난치지 말라"고 한다. 그토록 민생을 살리겠다고들 목청을 높여 놓곤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냐고.

올 추석에 올릴 메뉴는 예상도 쉽고, 답도 곧장 나올 것 같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추가메뉴는 '밥그릇은 사기그릇'일테고.

민초들은 왜 이렇게 지쳐 있고, 그러면서 분개할까?

허구한 날 싸워대는 정치판이 죽도록 꼴보기 싫고, 혹시나 변할까하는 기대 역시 변한 게 없어서다. 민초들은 어떻게 정치가 민심과는 거꾸로 가는지 이젠 이해하기도 싫다고 한다. 추석 차례상에 둘러앉아 민초들끼리 힘을 합쳐 욕이라도 마음껏 해대야 마음속 썩은 것(정치)을 잠시나마 도래낼 게 아니냐는 기분이다.

이번 추석에 고향을 가지 않는다는 정치인들 소식이 적잖게 들린다. "추석 연휴 국감에 전념하겠다, 의정활동이 바빠서…." "서울서 조용히 보내며 고향 민심을 읽겠다." "갑자기 해외에 갈 일이 생겨서…." 등등.

분노한 민심에 미리 겁부터 먹은 모양일까? 아니면 정치 9단들답게 민심을 상대로 '치고 빠지기'를 하는 걸까?

민심과 정치는 한가족일 수밖에 없다. 민심을 제대로 읽고 정치에 반영하라고 '대표선수'를 국회에, 지방의회에 보낸 게 아닌가. 이러한 민심을 읽지 않겠다, 일단 피하고 보자는 정치인을 민심들은 어떻게 보겠는가? 때릴 힘도 없지만 정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회초리를 들겠다는 민심을 정치인들이 피한다니 말이 될 법한가? 정치인들은 민심이 들끓는 이번 추석에 민심 앞에 고개숙여 다가서고 맞을 짓을 했다면 종아리를 걷어 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민심은 그래도 정치인들이 답답한 가슴을 뻥뻥 뚫어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민초들 가슴속 응어리가 뭔지 이번 추석을 통해 알아보길 바란다. 이것이 뽑아준 민심에 대한 기본 도리다.

이종규 정치부 차장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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