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멧돼지 막아라' 성묘객 묘안 총동원

음식물 안남기기·가시철망도 둘러쳐

최근 수가 크게 늘어난 멧돼지가 논밭과 함께 묘소까지 파헤치고 있다. 이에 따라 추석을 전후해 조상 묘소를 찾은 성묘객은 멧돼지 쫓기에 비상이 걸려 묘소주변에 술과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 것이 새로운 성묘 풍속도로 등장했다.

추석 성묘객들은 묘소 벌초 때와 마찬가지로 멧돼지의 접근을 막기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총동원했다.

청송읍 송생리 고평마을의 황모(75) 씨는 추석날 조상 산소에서 묘사를 지내러 산에 오르는 친지들에게 제삿술을 마시든지 다시 갖고 오고, 과일껍질은 물론 제사음식을 한 점도 남기지 말고 비닐봉지에 담아 오도록 했다.

종전에 후손들이 조상 묘소에 제사를 지낸 뒤 제삿술을 묘소 앞이나 주변에 흠뻑 뿌리고 대구포 등을 제단에 남겨두고 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묘소주변 청결화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은 멧돼지가 술과 음식 냄새를 맡고 달려와 산소를 파헤친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심지어는 밭과 거리가 멀지 않는 묘소의 경우는 쇠지줏대와 가시철망으로 둘러쳐 아예 멧돼지가 달려들지 못하게 한 곳도 눈에 띄고 있다.

멧돼지가 크게 늘어난 것은 환경보호 등에 따른 것이지만 특히 지난해부터는 뱀을 잡는 사람과 함께 먹는 사람까지 처벌하는 법이 발효돼 뱀을 먹이로 하는 상위 동물인 멧돼지의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는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청송 부동면 이전리 임모(66) 씨는 "뱀을 잡지 못하도록 했는데도 산에 가면 뱀보다는 멧돼지 등이 크게 늘어난 것 같다."면서 "멧돼지 개체수를 줄이기 위한 묘책이 없는 한 앞으로 2, 3년 뒤면 멧돼지를 쫓기 위해 철책을 치는 묘소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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