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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성향따라 교수법 달리해야"…가창초교 박노식 교장

사설 학원이 보편화 되면서 학생들의 학력도 덩달아 신장되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그렇지 않다. 학교마다 처한 여건이 다를 뿐 아니라 인성교육이 대세를 이루면서 주입식 교육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은 없을까.

박노식(57) 대구 가창초등학교 교장은 학생의 성향에 따라 교수법을 달리 적용하면 공부 스트레스도 줄어들 뿐 아니라, 학력도 키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박 교장과 가창초교 교사들은 지난해부터 '대구시 교육청 지정 기초·기본학력 신장 정책연구학교'로 땀흘려 운영해온 결과를 17일 교육청 관계자, 교사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했다.

"예를 들어 선생님으로부터 설명만 듣고도 덧셈·뺄셈 문제를 푸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실제 물건을 가지고 눈 앞에서 보여줘야 비로소 이해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의 문제지요."

박 교장은 학생의 학습성향에는 '상상형'과 '실제형' 두 가지가 있다고 전제했다. 대학에서 연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박 교장이 이름붙인 내용. 그는 연구학교 운영 초기에 학생들의 학습 성향을 진단하는 일이 가장 큰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진단은 'SSI(Student Styles Inventory) 표준 검사지'를 활용해 측정했다.

"검사 결과 '상상형'과 '실제형'이 각각 50%씩 되더군요. 담당 교사에게 학생 개인별 성향을 알려주고 그에 따른 수업을 진행하도록 했지요."

박 교장은 이에 따라 국어, 수학 과목 매 단원마다 학생의 성향을 달리한 학습 자료와 평가자료를 제작하도록 했다.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기초학력이 눈에 띄게 낮은 학생들에게는 별도로 '학력 디딤이반' 까지 개설해 운영했다.

물론 이런 수업이 가능했던 것은 가창초교가 전교생 70명 남짓한 소규모 학교이기 때문이지만, 박 교장은 학생 규모가 많은 다른 학교에도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학습성향만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이른바 '완전학습'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닙니다.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려면 학교부터 학생 개개인의 학업 능력을 아는 것이 순서 아닐까요."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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