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는 내 친구)이현초교 경제교육 시범 사례

"초등학생이 주식투자를 해서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화제가 되곤 했습니다만, 정말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용돈을 짜임새 있게 쓰거나, 물건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생활 속의 경제교육이 아닐까요."

손지현(40·여) 대구 이현초교 연구부장 교사는 "어린이 경제교육은 말 그대로 어린이 눈 높이에 맞춰 진행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 교사는 이 학교가 경제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2004년부터 2005년까지 동료 교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경제 교육을 진행했다.

"2년 전만 해도 금융기관 등에서 개발한 경제학습 자료들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것들이어서 초등학생에게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초등학교 5, 6학년생에게 '재화', '용역' 등의 용어는 생소하고 지루할 뿐이었다. 전문가 초청 강연도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

그래서 선택한 것이 놀이·체험 위주의 교육.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면서 자연스럽게 개념을 익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소득이나 지출 개념도 보드 게임을 통해 익히도록 했다. 아이들은 주사위를 굴려 해당 칸에 적힌 만큼 돈(모형)을 벌거나 가진 돈의 한도 내에서 물건을 산다. 돈이 부족하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없다.

가령 저학년에게 분리수거를 어떻게 가르쳤을까? 손 교사는 "한 선생님이 시중의 낚시게임을 이용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자석이 달린 장난감 낚싯대를 이용해 각종 재활용 쓰레기를 '캔류', '플라스틱류', '종이류' 등 정해진 함에 옮겨 넣는 식. 학생들은 상인과 손님으로 나눠 신발가게, 옷가게 등의 시장게임을 하기도 하고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거나 입·출금증을 직접 써 보기도 했다.

알뜰시장은 단연 인기였다. 학부모와 전교생이 학교 운동장에 모여 장터를 열고 쓰다 남은 학용품, 옷, 책, 장난감 등을 싼 값에 사고 팔았다. 알뜰 시장에 대한 호응이 워낙 좋아 시범학교 운영기간이 끝난 올 해도 6차례나 진행했고 이달 말에도 시장을 열 계획이다.

손 교사는 학교에서의 경제교육이 어려운 이유로 교육프로그램과 교구재의 부족, 교사 연수기회 부족 등을 꼽았다. 대구시 교육청 경우 창의성이나 각종 교과 관련 연수는 많지만 경제교육에 대한 연수는 전무한 실정이다.

"어린이 경제교육이 중요하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이런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봅니다." 그는 또 교사 연수 때도 선생님들의 지식을 높여주는 경제학 강의가 아니라,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활용할 수 있는 교육 기법이나 사례를 보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손 교사는 "돈에 대한 이중적인 태도는 어린이들이 올바른 경제관을 키우는데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직한 노력을 통해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고 싶도록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이 어린이 경제교육의 목표."라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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