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정태일
들국화는
저만치 서서 혼자 피었다 진다
평생을 외로움 속에서
살아오신 어머님처럼
들국화는 바람에 뒤척인다
온종일 일에 지쳐 고단한 몸으로
잠결에도 한 번씩 끙끙 앓는 소리를 내시는
어머니처럼
들국화는 저녁 들판에 서서
나를 부른다
저물도록 동무들과 어울려 놀고 있을 때
끼 때가 되어 밥 먹으러 오라고
멀리서 손짓하며 부르시던
어머니처럼
가을날, 들판 한 모퉁이에 피어있는 들국화를 보면 '외롭다'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그리고 문득 '평생을 외로움 속에 살아오신' 어머니를 생각한다. 들녘의 찬 바람에 시달리는 들국화를 보면 문득 '온종일 일에 지쳐 고단한 몸으로/ 잠결에도 한 번씩 끙끙 앓는 소리를 내시는' 어머니를 생각한다. 들국화는 비바람으로 향기를 가꾸어 뿌린다. 그 모습 또한 어머니를 닮았다. 이 가을날, 그런 들국화가 우리를 부른다. 마치 '끼 때가 되어 밥 먹으러 오라고/ 멀리서 손짓하며 부르시던' 어머니처럼. 그러기에 어머니는 언제나 꽃으로 피어 있다.
지난 시대의 어머니는 고난의 표상이다. 그러므로 그 모성의 향기는 더욱 강렬하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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