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無病長壽

사람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한다. 無病長壽(무병장수)야말로 인류의 오랜 소망이었다. 거대한 통일국가를 이룩했던 秦始皇(진시황)도 늙지 않고 오래 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결국은 허사였다. 불로초를 구해 죽음에서 벗어나려는 꿈이 쉰둘의 나이에 원행 도중 수레 위에서 숨을 거둬야 했다. 게다가 그의 부질없는 꿈을 비방한 유생들이 생매장당한 '坑儒(갱유)사건'은 얼마나 엄청난 비극이었던가.

○…한때 모임에 가면 '구구팔팔이삼사'라는 구호가 유행했다. 아흔아홉 살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 앓고 사흘째 죽자는 거다. 옛사람들은 대부분 오래 살지 못했다. 고려시대 귀족의 평균 수명은 39.7세, 왕(34명)은 42.3세였다. 승려들은 70.2세나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평균 수명도 이젠 남성 73세, 여성 80세를 넘어섰으며, 남녀 평균 수명이 2020년 81세, 2050년엔 83.3세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젊음 유지와 장수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잇따르는 모양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칼로리 섭취 줄이기가 한 방법이다. 위스콘신연구센터의 리치 콜먼 박사는 "칼로리 섭취량에 따른 老化(노화)의 속도 차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적은 칼로리 섭취는 알츠하이머병'당뇨'심장병'암의 발병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런 이론을 지지하는 학자들은 칼로리를 줄이는 식습관을 유지하면 11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고, 최고 140세까지도 생명을 이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假說(가설)에 불과하고, "되레 영양 불균형을 부를 수 있다"며 더 위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反論(반론)도 만만찮다. 아무튼 이 주장을 계기로 학계의 小食(소식) 논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00세 이상 노인들이 말하는 장수 비결은 '소식 등 절제된 식생활' '樂天的(낙천적) 성격'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야채류 섭취' '술'담배 끊기' 등으로 나타난 바 있다. 아무튼 오래 살더라도 건강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하지 못할 경우 당사자는 물론 자녀들이 너무 힘들 수도 있다. '오래 사는 희망 없는 삶'을 '질이 높은 건강 수명'으로 바꿀 장기적 대책이 나와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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