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는 과일과 채소 등 19개 품목을 통합 구매해 전국의 하나로마트 하나로클럽은 물론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소매점에 공급하는 '농산물 유통 혁명'을 올 초 시작했다. 장차 농산물 가격 결정력을 농협이 쥘 수 있는 '혁명'을 시작한 이연창(59) 농업경제 대표를 만났다.
지난 3월 이전만 해도 농협 하나로마트는 과일과 채소를 지역별로 각각 구매했다. 연간 6천억 원의 농산물을 구입했으나 각각 구매하다 보니 바잉 파워(구매력)가 약해 질좋은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통합구매. 바잉 파워를 6천억 원으로 키워 농산물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것이다.
"6개월 동안 도매사업(통합구매) 실적이 2천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마트 등 대형 유통 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외 마케팅까지 전개한 결과 전년 대비 35%의 성장을 이룬거지요. 내년에 딸기 멜론 양상추 대파 생강까지 통합 구매하면 바잉 파워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러한 농협의 변신에 대해 이 대표는 "농협의 신용 부문은 예금이 100조 원을 돌파하는 등 초일류가 됐으나 경제사업은 변변치 못했다."며 "농산물 가격 결정력을 대형 유통업체에 맡겨둘 수 없고,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 팔아주려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유통업체에서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과 농협이 구매하는 것은 마인드 자체가 다릅니다. 대형 유통업체는 가능하면 싸게 구입하려고 하지요. 하지만 농협은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도 상당한 고민을 해 좋은 가격에 농산물을 구매하게 됩니다. 농민은 판로걱정을 하지 말고 질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러한 새로운 도전에 다소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유통센터 행사지원과 현장판매용 농산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수도권 유통센터와 지방 도매사업소가 가격과 품질을 싸고 갈등을 빚는 등 다소의 문제점이 노출된 것.
이 대표는 그러나 "전혀 하지 않던 일을 새로 하는데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문제를 개선하면 된다."며 "큰 틀에서 볼 때 구매량이 계속 늘고 있고, 농민 권익 보호에 기여하는 등 당초 기대보다 더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만족해 했다.
이 대표가 도매사업과 함께 역점 추진하고 있는 것이 소매 매장의 확대이다. 대형 할인점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점포 수의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3개인 1천 평 이상 하나로마트를 2010년 30개, 2015년 50개로 대폭 늘리려 한다. 또 300~900평 규모의 슈퍼마켓은 현재 150개에서 2010년 300개, 2015년 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농협이 대도시에서 판매하는 농산물 점유율이 현재 7%이나 소매 매장을 대폭 확충하면 2010년이면 15%, 2015년이면 20% 이상으로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며 "그래야 농민이 생산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팔아줄 수 있다."고 했다.
경북 군위군을 영남의 농산물 물류기지로 만드는 것도 이 대표의 관심 사항이다. 소매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군위 유통센터를 농산물 집하, 저장, 배송, 물류기지화, 종합경제사업 센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군위 유통센터가 너무 오지에 있어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가 난다. 이 상태로는 몇 년 뒤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며 "하지만 종합경제사업센터로 변모시키면 적자가 흑자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군위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북 농업의 전망에 대해 이 대표는 "경북은 과일 천국"이라며 "유통만 잘 접목되면 과일로 승부를 걸어도 잘 사는 농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주·문경·청송·의성·봉화의 사과, 김천·상주·경산·영천의 포도, 김천·의성의 자두, 성주·김천의 참외 등이 경쟁력이 있는데 농협이 판로만 확보해 주면 농가가 안정적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성주 출신으로 대구고, 경북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뒤 30년간 농협에서 일한 그는 박석휘 전 농업경제 대표에 이어 농업경제부문 수장이 됐다.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한 그의 리더십은 '배려의 리더십'으로 불린다. 직원들이 실수를 해도 바로 질책하기 보다 직원의 입장에서 배려해주면 그 직원이 일을 더 잘하게 된다고 믿고 있다.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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