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잘하는 비법요? 열심히 읽고 반복해서 보는 거죠."
'영어도사' 강혜수(15·죽전중3년) 양이 들려주는 공부방법은 의외로 싱거웠다. 긴 시간을 꾸준히 투자해야 하는 어학의 특성상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잔뜩 기대했던 참이라 약간의 허탈함(?)마저 들었다. 그러나 강 양이 영어 공부에 기울인 노력을 듣고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강 양은 이달 초 대구 남부교육청이 주최한 '중학생 영어에세이 경시대회' 대상 수상자로 13일 결정됐다. '어린이가 도시에서 자라는 것이 좋을까, 시골에서 자라는 것이 좋을까'가 당시 대회 주제. "대도시에서 자라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많고 도서관, 병원 등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대도시쪽에 '손'을 들어줬다고 한다.
알고보니 강 양은 이미 이달 초 한국외국어대부속 외국어고에 합격했을 정도의 '영어 재원'이었다. 토플 성적도 280점대에 달할 정도. 이처럼 뛰어난 영어실력은 어떻게 길러졌을까.
"초등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대학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가 1년간 미국에서 공부했습니다. 미국인 선생님, 친구들과 하는 수업이 너무 재미있어서 1년이 짧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학기 초 서부개척시대의 한 인물을 정해 자료를 모아서 친구들과 보고서를 쓰는 1년간의 프로젝트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강 양은 일찌감치 외국어고로 진로를 결정하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영어공부에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미국에서 1년을 보내고 나니 듣기 실력이 좋아진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영어에 대한 흥미가 부쩍 높아졌다.
영어 공부는 매주 토요일 한 번 학원을 가는 것 외에는 주로 혼자서 해오고 있다. 토플 문제집을 단계에 따라 풀어보기도 하고 재미있는 영어 원서를 들고 공부했다. 그중 해리포터 시리즈는 강 양에게 영어 쓰기의 자습서 역할을 했다.
"해리포터가 굉장히 잘 쓴 책이기는 한데 가끔 작가의 생각과 제 생각이 다른 부분이 발견되더라고요. 그런 단락을 만나면 제 나름대로 새로운 줄거리를 엮어 고쳐 써 보면서 실력을 키웠어요."
유명 작가들의 영어 원서를 짧게 모은 단편집도 좋은 교과서였다. 멋있고 세련된 문장이 나오면 따라 써 보면서 외울 수 있을 만큼 반복해서 읽었다. 좋은 문장은 영어 일기에 꼭 써 먹었다. 이런 습관은 토플 성적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영어에세이를 잘 쓰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강 양은 한글로 된 책이든, 영어원서든 많이 읽을 것을 권했다.
"젊어서는 외교관, 나이 들어서는 작가"가 꿈이라는 강 양은 "수학이나 과학과 달리 한 가지 답이 있는 게 아니라 융통성 있는 사고가 허락되고 문학적인 상상력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어학이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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