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자 기피와 부동산 올인의 후유증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은 '입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는 법'부터 배워야 하겠다. 대기업들은 입만 열면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규제 때문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는 虛構(허구)임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06년 출자 총액 제한 기업집단 출자 동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출총제 해당 기업들은 출자 한도의 절반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국내 10대 재벌그룹이 쌓아둔 돈은 약 150조 원으로 자본금의 7배를 넘었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면 주주들의 배당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고, 기업의 미래가치와 나라의 성장잠재력을 약화시킨다. 그런데도 이처럼 많은 현금을 보유한 것은 불투명한 경기 상황으로 기업들이 신규투자 사업을 찾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재벌기업들은 이를 빌미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기업들의 사보타주에 애간장이 녹은 정부는 겉옷뿐 아니라 속옷까지 다 벗어줄 자세다. 수도권 규제 완화와 더불어 출총제 등 재벌 규제 수단마저 폐기했다. 당장 배고프다고 두고두고 사용해야 할 種子(종자)로 밥을 짓는 셈이다. 출총제를 완화하고 수도권 규제를 푼다고, 재벌들이 갑자기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것이다. 족쇄만 풀고 투자는 외면할 것이라는 얘기다. 출총제 완화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물 건너가고,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역시 집값 차이 이상으로 벌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대기업은 투자 사보타주, 전투적 대기업 노조는 제 밥그릇 챙기기, 가계는 부동산 올인, 정부는 갈팡질팡, 2006년 11월 현재 각 경제주체들의 모습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브레이크도 없이 벼랑으로 추락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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