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모는 학비마련·자녀는 경제학습... 1석2조 '어린이 펀드'

늦장가를 든 회사원 고병태(가명·47·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아직 자녀들이 초교생(12살·10살)이다. 그는 최근 고교 동창모임에 나갔다가 자녀들을 위한 금융상품가입 필요성을 느꼈다. 올해 대입시험 치른 아들을 둔 친구의 충고를 듣고 나서다.

"친구는 수도권 대학 진학을 원하는 아들 학비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하더군요. 늦장가를 든 저는 더 큰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고 씨는 재테크에 능한 친구 도움을 빌려 요즘 '어린이 펀드'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 예금보다는 원금 대비 수익률이 높은 펀드가 목돈 만들기에 유리하다는 것이 친구의 말이었다.

◆어린이 펀드 필요할까?

자녀 1명을 초교에서 대학교까지 공부시키는데 도대체 얼마나 들까? 삼성증권은 최근 낸 보고서를 통해 7천400만~1억 5천만 원 정도로 추산했다. 그렇다면 10년 만에 1억 5천만 원을 모으려면?

연간 이자율을 5%로 가정, 적금에 들면 매달 100만 원을 부어야 1억 5천만 원을 만들 수 있다고 삼성증권은 추정했다. 하지만 자녀 1명을 위해 월 100만 원씩은 부담스럽지 않을까?

때문에 전문가들은 요즘 '어린이 펀드'라 불리며 다양한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는 적립식 펀드를 주목하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과거 25년간 코스피지수가 연평균 11.1% 올랐던 점을 감안, 매월 70만 원 씩 넣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할 경우, 10년 뒤에는 거뜬히 1억 5천만 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계산된다.

특히 저금리 상황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여 확정금리형 예금보다는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 수익률을 높여주는 펀드가 자녀를 위한 목돈 만들기에 적합하다는 것.

더욱이 펀드의 경우, 자녀들이 주식시세 변동 등을 통해 경제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 도랑치고 가재잡는 효과가 있다. 어린이 펀드는 주로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므로 손실 위험도도 낮다.

◆어떻게 가입할까?

자녀가 어린 나이에 가입할수록 좋다. 대학 입학시기인 20세에 1억 원의 돈이 필요하다고 가정할 때, 10년 만기로 돈을 붓는다면 연 10% 수익률이 나는 상품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매달 55만 4천 원을 넣어야 한다. 하지만 20년을 만기로 한다면 매달 20만 8천 원 정도만 넣어도 1억 원을 만들 수 있어 빨리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어린이 펀드에 가입할 때는 '부가적 프로그램'을 잘 살펴야 한다. 어린이 펀드 운용사들은 각종 경제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가입자들을 초대한다. 펀드 가입을 통해 자녀들의 경제·금융 체험학습을 노리는 부모들이 많기 때문이다.

적립식 어린이 펀드는 월 불입액 제한이 없어 한 달에 10원을 넣어도 된다. 어린이들에게 '투자 개념'과 '수익률'의 의미를 전달하는데 더 없이 좋은 도구.

이런 가운데 어린이 및 청소년의 경우, 자기소득이 없기 때문에 부모를 통해 펀드자금을 마련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증여세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도 있다.

하지만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만 19세 자녀까지는 10년간의 투자금 1천500만 원까지, 20세를 넘으면 3천만 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펀드 수익률이 좋아 자산이 아무리 증가하더라도 비과세 한도 내라면 증여세 걱정이 없으니 이 점을 참고하면 좋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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