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 2007)달구벌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순곤 소장

"갇혀 있던 그들 세상구경 기회 왔어요"

김순곤(32) 대구 달구벌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요즘 내년만 생각하면 즐거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장애인복지시설이나 집 안에서 평생을 지내는 장애인들에게 바깥 세상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생겼기 때문.

김 소장은 "보건복지부가 내년 장애인 활동보조금 사업비로 대구시에 18억 원을 책정해 센터도 혜택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한껏 들떠 있다. 이 소식에 동료들도 "힘겨운 과정에서 얻은 쾌거"라며 "희망의 2007년을 맞게 됐다."고 함께 기뻐했다.

김 소장은 2004년 12월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사무실에 한 개의 책상과 전화 하나로 자립생활센터 활동을 시작해 장애인들의 불편 전화와 상담을 도맡았고 지난해 2월에는 대구 수성구 황금아파트 내에 '자립생활 체험 홈'을 만들어 장애인들의 독립공간을 꾸리기도 했다. 독립생활을 하지 못하고 시설이나 가정에서만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현실이 안타까워서 고안해 낸 사업이었다. 3개월 전엔 꿈에 그리던 '독립' 사무실도 얻게 됐다. 달서구 상인3동의 영구임대아파트 주변에 둥지를 튼 달구벌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그의 피나는 노력을 알아준 후원자들의 성금 1천만 원으로 이뤄졌다.

장애인의 활동권 보장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그도 사실은 한쪽 팔이 의수(義手)인 지체장애 2급 장애인. 또 그의 부모 역시 소아마비와 다리를 쓰지 못하는 지체장애 1급이다. 이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도 장애의 불편함과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대학 전공은 건축학이지만 장애인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대학원은 사회복지학 석사를 받았다.

김 소장은 현재 대구시가 내년 활동보조인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것에 대비해 활동보조인 뿐 아니라 주거개선과 차량지원사업, 동료상담 사업 등도 준비하고 있다.

"장애인의 독립은 그들에겐 제 2의 삶을 의미합니다. 평생을 바라만 봐야하는 세상에 자신의 한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죠. 전 단지 그들이 독립할 수 있도록 이끌고 주고 싶습니다. 모든 장애인이 외출하는 그날까지 말입니다. 그래서 그 꿈이 시작되는 내년이 저에겐 너무나 소중합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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