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新상생시대] ①경제통합 시너지효과를 내자

한 식구 두 살림 25년.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꼴찌수준으로, 경북도는 사람과 기업이 이탈하면서 양쪽 모두 '블랙홀'로 빠져들고 있다.

1981년 시·도 분리후 양쪽은 울타리를 친 채 경쟁하고 때로는 적잖은 갈등마저 보여왔다. 경제는 추락하고, 사람은 빠져 나가고, 시·도민들은 의욕도, 자존심도 잃었다. 새로운 선택이 필요했다.

대구·경북 경제통합을 위한 시·도의 협력은 당위가 아니라 하지 않으면 살아 남지 못하는 선택이었다. 이제 첫 단추를 끼운 단계지만 대구시와 경북도가 손을 맞잡으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세계화, 지역화가 동시진행되는 상황에서 국가간, 지역간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협력·네트워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뿐이다."며 "이제 첫 단추를 끼운 단계지만 의미있는 출발이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도전맞은 대구·경북

'대구 따로, 경북 따로 살림'의 폐단이 극명하게 드러난 예는 대구지하철 2호선 경산연장 문제. 10여년전부터 연구기관과 언론 등에서는 경산연장의 타당성과 경제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문제제기를 했지만 시·도의 공조는 없었다. 다행히 올 해 경산연장이 결정됐지만 주민 불편과 지연개통에 따른 추정 손실액만 1천170억원이었다.

공간 발전축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가발전축이 경부축에서 수도권과 서해안 및 남해안을 따라 'L자형'으로 형성되고 있어 대구·경북을 포함한 영남권이 협력을 않으면 국가발전축에서 낙오될 수도 있다.

수도권 경제권이 강원, 충남 천안까지 확대되고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완성되면 경북서북부권이 이 영향권에 편입될 가능성과 제조업 공동화도 우려된다.

곽창규 여의도연구소 정책개발실장은 "대구·경북이 서로 잘 살기 위한 선의의 경쟁을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양쪽이 머리를 맞대고 비전과 공동발전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는 경제통합 추세

지역간 광역경제권 형성이나 경제통합은 세계적 추세가 되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어느 지역이든 '나 홀로'고립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지역격차 완화보다는 대외 경쟁력을 중시, 22개 레지옹을 6개 대지역으로 통합하려 하고 독일은 현행 16개주를 9개 광역주로 통합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은 지역블록을 중심으로 한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을 6~12개의 권역으로 재편하는 도주제(道州制)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 나고야 경제권

나고야시를 비롯한 인근 지역은 1990년대 이후 대기업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탈하고 경제상황이 나빠져 판로 개척,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한 연대가 절실했다.

이를 위해 지자체들은 지역을 아우르는 광역 인프라망을 구축하고 지역별로 역할 분담을 위해 보조를 맞췄다. 이른바 나고야경제권(Great Nagoya Initiative) 구상이 그것. 나고야를 중심으로 반경 100km 안팎의 기후현, 토요타시, 토우카이시, 미에현 등이 동일 경제권을 이뤄 역할분담과 급변하는 경제상황에 공동대처 하자는 것이다.

◇중국 북경-천진-허베이성

1990년대 이후 중국에서는 광저우를 중심으로 한 주강 삼각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장강삼각주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고립의 한계를 인식한 베이징, 톈진, 허베이성은 이에 자극 받아 경제통합에 들어갔다. 서로 인접해 있으면서도 산업구조가 비슷해 중복투자는 물론 불필요한 경쟁의 폐해를 절감했기 때문.

특히 베이징과 톈진은 톈진시 외곽에 2천500㎢에 이르는 빈해(賓海)경제특별구를 만들어 두 도시 통합 매개체로 삼고 있다. 이 곳에는 두 도시간 중복투자를 피해 IT, 화학, 철강, 전자 등 5개 주력산업을 집중육성하고 있다.

◇미국 애틀랜타지역위원회(ARC)

ARC는 광역차원의 교통 및 기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광역행정기구(MPO)로 애틀랜타 지역내 10개 카운티의 광역 지역계획을 담당하는 정부간 협력기관이다.

ARC는 광역 애틀랜타 지역의 경제개발, 환경, 고용, 토지이용 및 교통 DB, 지방정부간 협력 등 광역경제권 활성화와 상생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힘모았지만 갈길은 멀다

시·도의 협력은 아직은 '정책공조' 수준. 진정한 경제통합으로 가기 위해서는 정책개발단계에서부터 양쪽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다.

홍철 대구경북연구원 원장은 "이제 변방에서 핵심으로 진입해야 할때다. 경제통합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정책개발, 계획을 공동으로 하고 추진기구 권한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정해 경북대 교수는 "정책공조에서 경제통합으로 가기위해서는 추진위 사무국을 영국의 지역개발청(RDA) 같은 기구로 기능과 역할을 확대하고 종국에는 영남권 경제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경제부문에서 공동투자유치, 산업단지 공동조성, 산학연연계 및 공동인력개발과 주민생활과 관련해 도시계획 및 환경, 통합 토지이용 계획을 함께 연구하고 환경기초시설 등도 공동 활용하기 위한 방안 등 통합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

이정인 대구전략산업기획단장은 "시·도민들의 공감대 형성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시민의식·문화운동도 병행돼야 일회성이 아닌 진정한 경제통합, 지역통합으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도적 기반이나 여건을 무시한 채 무리한 통합을 우선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단장은 "대경창투 설립이 좋은 사례다. 새로운 것을 억지로 찾지말고 양쪽의 잘 되는 기관, 사업을 중심으로 성공사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 건 주의식이나 이상만 갖고 접근하기보다는 양쪽이 중복투자를 막거나 통합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성공사례를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제통합으로 이어진다는 것.

정병윤 경북도 경제본부장은 "대구의 인력, 금융, R&D 강점은 공장이 많은 경북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대구 중심의 정책공조라도 적극 협력한다는 것이 도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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