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밤 전국이 크리스마스 이브로 들떴지만 상주경찰서 이춘규(45) 경사와 이광우(40) 경장은 그렇지 못했다. 이날 오후 8시 50분쯤 상주 화서면 달천리 국도에서 이 마을에 사는 신모(81) 할아버지가 뺑소니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
신고를 받고 출동한 이들은 난감했다. 평소에도 차량과 인적이 드문 도로인지라 목격자는 전혀 없었고, 할아버지도 그 자리에서 숨져 용의자에 대한 어떤 실마리도 알수 없는 상황이었다.
"범인만은 꼭 잡아달라는 유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현장엔 도움이 될만한 아무런 증거물이 없었지요."
이 경사는 "안개 속에 가려진 사건의 실마리를 찾느라 그날 밤을 꼬박 새며 애만 태웠다."고 했다.
사고 현장을 계속해서 둘러보던 그들의 눈에 뺑소니 차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보이는 범퍼 조각 하나가 들어왔다. 수사는 단숨에 활기를 띠었다. 완전범죄를 꿈꾸던 용의자와 이를 쫓는 경찰의 싸움이 시작된 것.
이 경사 팀은 상주는 물론 인근 김천의 자동차 부품 물류센터까지 샅샅이 뒤졌다. 사고현장의 범퍼와 같은 제품의 차량부품 구입 내역을 조사하던 중 27일 경남 거창의 한 부품가게가 같은 종류의 범퍼를 사간 사실을 알아냈다. 거창 부품가게 주인은 범퍼를 사간 40대 초반 남자를 기억하고 있었다. 얼굴이 나왔으니 금방이라도 잡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용의자의 용의주도함도 상당했다. 경찰이 사고현장에서 범퍼 조각을 발견하면 당연히 똑같은 부품 구입내역을 조사할 것으로 예상한 것. 때문에 부품도 상주와 멀리 떨어진 거창에서 구입했고, 부품가게에 갈 때도 택시를 이용했다. 게다가 범퍼 교체도 기술자에게 맡기지 않고 인근의 온천주차장에서 손수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용의자가 꿈꿨던 완전범죄는 이 경사 팀의 끈질긴 수사에 결국 무너졌다.
온천 주변 주민들을 탐문하자 전남 해남에서 거창 김치가공공장으로 배추 납품 트럭이 많이 온다는 정보를 입수한 이 경사 팀은 용의자 몽타주만 한 장 들고 해남까지 달려가 6일간을 잠복했다. 예천에 사는 용의자 백모(40) 씨는 뺑소니 11일 만인 4일 해남에서 붙잡혀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김영두 상주경찰서장은 "이 경사와 이 경장은 매년 60여 건의 뺑소니사고 가운데 5~7회 정도 발생하는 사망사고 뺑소니 범인들 뒤를 쫓아 검거율 100%에 도전하고 있는 전문수사관"이라고 말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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