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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상속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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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최인호의 '商道(상도)'는 조선 후기의 큰 상인 임상옥을 오늘의 시각으로 다룬 소설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중국과의 인삼 무역으로 갑부가 된 주인공의 깨달음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다'나 '유산은 몸을 베는 칼'이라는 대목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가득 차는 걸 경계한다는 술잔 '戒盈杯(계영배)'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렇다. 돈은 잘못 쓰면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

○…'富者(부자)가 되는 길은 세 가지'라는 말이 있다. '근면·贈與(증여)·도둑'이 바로 그 길이라는 얘기다. 그 중 절대로 '도둑의 길'은 안 된다. 증여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힘들게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건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이겠지만, 유산이 자식을 망치는 경우가 非一非再(비일비재)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도 '相續(상속)은 자식들의 재능과 에너지를 망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요즘 상속 포기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피해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不況(불황)이 장기화되고, 가계부채가 늘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부채가 무서워 아예 단념하거나 그 후순위 상속자가 모르는 사이에 債務(채무)를 승계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탓이다. 대구가정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 포기 신청 건수가 1천832건으로 전년보다 6.7%가 늘어나고, 이 관련 문의도 하루 평균 20~30건에 이른다고 한다.

○…법원의 풀이대로, 상속 포기는 부모나 배우자 등의 사망으로 물려받을 財産(재산)이 드러난 채무보다 되레 적거나 숨겨진 채무가 밝혀질 걸 우려하기 때문일 게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의 가계대출이 지난해 말 18조 2천936억 원으로 지난 3년간 무려 5조 원이나 급증한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황이 빚는 '또 하나의 짙은 그늘'인 것 같아 안타깝다.

○…富(부)의 세습을 막기 위한 상속세의 역사는 오래다. 처음엔 稅收(세수) 증대에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로마시대로까지 올라간다. 서구에선 점차 편재된 부의 세습을 막아 자본주의 사회의 평화와 민주 발전의 토대를 만들었다. 미국의 기부문화는 특히 돋보인다. 하지만 오늘의 우리 현실은 심각한 '富益富 貧益貧(부익부 빈익빈)'식 불균형과 계층간의 갈등에다 또 다른 '혹'까지 달게 된 꼴이 아닐는지….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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