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는 불법 주·정차 '몸살중'

지난 5일 낮 12시, 수성구 상동네거리 인근. 동구 공고네거리까지 이어지는 왕복 8차로 가운데 2개 차로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수성구 범어천 복개도로로 방향을 틀자 도로변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의 차량으로 도로는 일대 만원이었다. 왕복 4차로가 한 개 차로로 변했을 정도. 주차된 차량을 피하기 위해 중앙선을 넘는 일은 일상사가 돼버렸다.

같은 날 오후 3시, 남구 봉덕동 인근 주택가. 골목길은 그야말로 '주차 전쟁' 중이었다. 물통으로 주차를 막아놓거나 담장에 '주인 외 주차금지'를 써놓은 것은 애교. 공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진입금지' 바리케이드까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인근 한 세탁소 주인(52)은 "차는 많고 주차할 곳은 없으니 당연히 골목길이 저 모양 아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구 동성로에도 '일방통행' 표지판을 무시한 채 골목길을 점령하거나 인도 위까지 올라온 차들로 가득했다. 최종선(58·북구 침산동) 씨는 "몰상식한 주차 예절이 통행 불편, 사고 위험 등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지 모르는 모양"이라며 "불법 주차 차량은 수시로 견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로변, 골목길 할 것 없이 대구 시내 거의 전 지역이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차량대수의 증가로 해마다 주차난은 가중되고 있다. 대구시는 불법 주·정차 단속 강화를 위해 내년 말까지 4억 300만 원을 들여 고정식 단속카메라를 13대 추가로 설치하고, 북구와 달서구도 각각 11대, 4대 등 15대의 고정식 카메라를 도입할 계획. 이동식 단속카메라도 각 구별로 1대씩, 모두 8대를 더 도입할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단속은 매년 반복되는 업무이기 때문에 단속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며 "공익근무요원과 공무원의 수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단속 카메라를 늘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두 단속 강화에만 치중한 정책일 뿐, 도심 주차장이나 대중교통 개선과 연계한 주차 정책은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교통 전문가들도 시가 단속 강화라는 '낡은 전술'에만 치중한 채 근본적인 주차 정책 마련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대전제 하에 승용차 억제 정책과 도심 주차 시설의 확충 등 근본적인 정책적 대안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선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등 공공시설의 여유 공간을 주차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민영주차시설에 대한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심 주차공간 확보가 여의치 않다면 반대로 도심 주차요금을 대폭 인상하거나 주차시설을 줄여 아예 승용차를 가지고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등 주차 수요 자체를 억제하고, 불법 주·정차에 대한 과태료도 크게 올리는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 박용진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대구시내 대로변은 중심 상업지역으로 돼 있지만 주차 공간은 거의 고려되지 않아 불법 노상주차가 성행하는 형편"이라며 "강력한 단속과 더불어 '시간제 주차제' 등 융통성 있는 주차제도를 도입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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