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절주, 금연을 선언한 대구의 공무원 A씨(45)는 요즘 술자리에서 예외없이 한 종류의 술만 마시고 있다. 맥주에 소주나 양주를 섞지 않는 것은 물론 회식 때마다 이어졌던 소백산맥(소주+백세주+산사춘+맥주)도 일절 끊었다. 낮 동안 금연에 성공했더라도 술자리에만 가면 어김없이 담배를 피는 통에 번번이 금연에 실패한 그는 "담배의 유혹을 견딜 만큼만 술을 마시겠다."고 가족들에게 선언한 것. 그는 "지난 송년회 때부터 시작된 '119운동'이 절주에 단단히 한몫해 주고 있다."고 했다.
술자리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최근 각종 술자리에서 '119(1가지 술을, 1차에서, 9시까지만 마심)' 운동이 번지면서 "119를 위하여!" "가족 건강은 119가 책임진다." "119 화이팅!" 등 건배사까지 등장한 것. 또 "892(8시에서 9시까지 끝내고 2차는 없음)'도 금주를 선언한 술꾼들의 결연한 다짐을 보여주고 있고 '222운동(2가지 술을 섞지 않고 2잔 이상 권하지 않으며 2차 없음)'은 이미 대구에서 절주운동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또 최근 '요령껏 술 마시는 방법', '술에 대한 잘못된 상식' 등도 네티즌 사이에서 큰 인기를 모으면서 술자리 행태 변화에 한 몫 거들고 있다. ▷양주와 맥주를 섞으면 알코올 농도가 인체에 가장 흡수가 잘되는 11도 안팎이어서 이를 피한다 ▷해장술은 이미 '그로기' 상태인 간에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격이다 ▷커피는 숙취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이, 양파, 청양고추 등 야채를 섞은 소주가 '뒤끝이 좋다'는 말은 잘못됐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얘기.
조성기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예방연구본부장은 "선진국은 취객에겐 술을 팔지 못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있고, 공공장소에서의 음주와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 큰 벌을 받게 되는 등 음주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술 외에 대안적인 놀이문화가 거의 없는데다 마시지 않아야할 때 거절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닌만큼 이런 자발적인 절주운동은 각종 음주사고를 줄이는 좋은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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