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 대통령의 '피로 누적' 정상 만찬 불참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아세안+3 정상회의 뒤 필리핀 대통령이 주최한 정상만찬에 빠졌다. 다른 10개 회원국 정상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참석한 공식 행사에 혼자만 불참한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잇따른 일정에 피로가 겹쳐 주최 측에 양해를 구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밝혔다. 국제적 결례를 무릅쓸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는 얘기다. 도대체 최근의 일정들이 어떠했기에 대통령 건강이 심한 負擔(부담)을 받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장 개헌과 관련한 動靜(동정) 말고는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다. 지난주 대통령은 9일 4년 중임제 개헌 제안-10일 3부 요인 초청 개헌안 취지 설명-11일 개헌 기자회견으로 보냈다. 11일에는 초청한 야 4당이 불참하자 열린우리당만 데리고 개헌 설명 오찬을 갖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유로 든 잇단 일정은 개헌 외에는 두드러진 게 없는 것이다. 말하자면 개헌 의제가 대통령의 뜻대로 굴러가지 않아 마음 고생이 심했다는 점을 짐작게 하는 것이다.

사실 11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카메라에 잡힌 대통령은 아랫입술이 부르트고 피곤한 모습이었다. 당시에도 시중에는 대통령에 대한 안쓰러움과 안타까움이 오갔다. 정권이 저무는 시점에서 무엇 때문에 개헌을 들고 나와 여론의 逆風(역풍)을 맞고 공연히 힘겨워하느냐는 소리였다. 또 어려운 民生(민생)에 몰두하느라 격무에 지친 모습이었다면 얼마나 박수를 받겠느냐는 얘기였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오늘 귀국하는 대로 직접 각계 지도자들을 만나 개헌을 설득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도 개헌 홍보에 총 출동 중이다. 국민 다수와 야당이 무시하고 심지어 여당조차 우왕좌왕하는 개헌에 대통령 혼자서만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마음 고생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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