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 영순위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이뤄지게 돼있습니다. 당신의 마음 속에 영순위로 돼있는 것은 반드시 이뤄집니다. 아직도 못 이뤄진 것은 영순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출퇴근길에 지나치는 어느 건물에 붙여진 광고 문귀다.

영순위…. '우선 순위'란 상대적 비교 우위를 말하지만 '영순위'는 그 어떤 것 보다 앞서는 최우선 순위, 절대 순위라 하겠다. '하늘만큼 땅만큼' 중요한 것이라고나 할까.

눈깜짝할 새 보름여가 훌쩍 지나갔다. 그래도 아직은 年初(연초). 저마다 품고 있는 소망들이 아직은 싱싱할 때다. 성공적인 재테크, 다이어트, 곁눈질만 했던 취미생활 도전하기, 멋진 연애 또는 결혼, 지중해 여행, 히말라야 등반, 만학의 꿈 이루기….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더니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추려내도 열 손가락은 족히 꼽힌다.

영순위를 정하기란 어렵지 않다. 자신이 무얼 가장 간절하게 원하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오니까. 영순위는 그 사람의 가치관·인생관을 드러내 준다. 삶의 나침반 바늘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를 말해준다. '香(향) 싼 종이에서 향 냄새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선 비린내 나는' 이치 그대로다.

얼마전 20대 초반 나이에 거식증으로 사망한 브라질의 패션 모델 아나 카롤리나 헤스통. 그녀가 그토록 처참한 말라깽이가 된데는 수년 전 해외 첫 무대에서 누군가로부터 "너는 뚱뚱해"라는 말을 들은 것이 원인이 됐다 한다. 그 한마디가 그녀의 심장을 아프게 찔렀고, 극단적 다이어트로 몰아가고 말았다.

헤스통에게 애초의 영순위는 일류 패션 모델이었을 것이다. 그것이 어느 순간 살과의 전쟁으로 바뀌어졌다. 멈출 줄 모르는 병든 욕망. 아름답던 긴 머리가 뭉텅이째 빠지고, 얼굴은 해골처럼 변했어도 오로지 살 빼기만이 삶의 영순위가 되어버렸다.

우리 사회에서도 그 비슷한 群像(군상)들을 보게 된다. 지나친 욕망에 휘둘려 결국 삶이 송두리째 헝클어지고 마는 그런 모습들.

거창하게 시작했던 새해 계획들이 벌써 하나 둘 흐물거리며 주저앉는다고 속상해 하거나 계면쩍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作心三日(작심삼일), 아니 作心一日(작심일일)로 끝났다해도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 오히려 삼갈 것은 '過猶不及(과유불급)'이 아닐는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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