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금융기관 '방범보다는 보험'…선진 보안시스템 필요

금융기관을 노린 범죄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지만 경찰과 사설경비업체의 대응 속도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범인들은 불과 1, 2분 만에 범행을 끝내고 도주하는 반면 경찰이나 경비업체의 경우 비상벨이 울리는 즉시 출동해도 5분 이상 걸려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거나 도주를 막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

실제 지난 15일 발생한 대구 달성군 농협 총기 강도 사건(본지 16일자 6면 보도)의 경우 범인들이 농협에 침입, 현금을 강탈하고 떠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8초. 그러나 달성군 옥포면 용연사 부근에 있던 사설경비업체는 6분 뒤인 오전 11시 56분에 현장에 도착했고, 인근 지구대 순찰 차량은 이보다 1분 늦은 57분에야 도착했다.

경찰은 현장 도착 즉시 용의 차량의 도주 경로를 무전으로 알렸고 다른 순찰차 2대가 범인들이 차량을 옮겨탄 대구 옥포면 본리리 M아파트에 도착했지만 범인들은 이미 달아난 뒤였다. 또한 오전 11시 55분쯤 대구지방경찰청 종합상황실에서 달서경찰서와 성서경찰서 등 각 경찰서에 지령을 내려 도주로 차단에 나섰지만 범행 차량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시 가장 가까운 순찰차가 현장에 출동하지만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출동 시간은 크게 달라진다."며 "사건이 발생하면 매뉴얼에 따라 도주로 차단과 범인 검거에 나서지만 장소와 교통 상황 등에 따라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파출소 중심의 옛 방범조직이 지구대 체제로 변경된 것도 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경찰의 '5분 이내 현장 도착률'은 2001년 92.8%, 2002년 94.1%로 90%를 넘었지만 지구대 체제가 도입된 이후 2003년 85.1%, 2004년 80.12%로 떨어졌고 2005년에도 81.87%에 그쳤다.

금융기관의 허술하고 안이한 보안의식도 문제다. 거의 모든 금융기관은 도난 등에 대비, '금융기관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어 범죄 피해로 인한 손실에 둔감하기 쉽다는 것. 비싼 보안시스템의 운영 비용을 부담하는 것보다 보험을 드는 게 낫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건이 발생한 달성군 옥포농협 신교지점의 경우 2억 5천만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선진국 형태의 보안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모 대형 사설경비업체 관계자는 "자체 방범시스템이나 경찰, 경비업체 출동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현금인출기 부스나 사업장 내에 사이렌을 울려 범인의 도주를 유도하거나 연무분사기를 설치하는 등 자체 보안시스템 강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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