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보름달

30여 년 전 우리나라서도 상영됐던 아르헨티나 영화 '나자리노'는 당시 대단한 화제를 모았다. 일곱 번째로 태어나는 남자는 보름달 뜨는 밤 늑대로 변한다는 전설 속에 일곱 번째 아들로 태어난 나자리노. 악마가 사랑을 포기하면 부와 명예를 주겠다고 제의했지만 나자리노는 이를 거부, 늑대청년이 되고 만다. 보름달 뜨는 밤이면 늑대로 변해가는 젊은이의 운명적인 사랑이 슬프고도 아름답게 묘사된 테마곡 'When A Child Is Born'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추억의 선율로 남아 있다.

◇음력 중심의 농경사회 뿌리가 깊은 우리나라에서 '보름달'은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이미지다. 삼라만상을 굽어보는 듯 온 세상을 훤히 비추는 滿月(만월)이면 우리 마음도 따라 둥글둥글 커지고 환해지는 듯하다. 특히 음력 1월의 정월 대보름이나 음력 8월의 仲秋明月(중추명월)은 달에 대한 외경심마저 갖게 만든다.

◇광대무변한 우주에서 지구의 단 하나뿐인 衛星(위성). 달은 인간의 친구이자 古今(고금)을 통해 수많은 예술작품의 근원이기도 하다. 지구의 밤을 밝혀주고, 신비로운 潮水干滿(조수간만)으로 인간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같은 달이 사람의 생활 패턴과 건강, 심지어 범죄율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와 관심을 끈다.

◇달의 주기와 식습관 간의 상관관계를 추적한 미국 조지아주립대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보름달이 떴을 때 초승달 기간일 때보다 8% 더 많이 먹고 알코올 섭취는 26% 줄었다. 영국 리즈대학 연구팀은 보름달 뜰 무렵 병원의 진료예약 건수가 3.6%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보름달 기간 살인과 폭행 등 범죄가 더 많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자동차 사고 건수는 보름달 뜨기 이틀 전 가장 많고, 보름달 뜨는 날 가장 적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들을 보면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들이 많다. 'full moon'에 대한 서구 사회의 부정적 인식 탓일까. 이에 대해 폴란드 과학아카데미의 마이클 지메키 박사 같은 사람들은 "달의 변화주기에 따라 멜라토닌과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분비량이 달라진다"며 호르몬 관련설을 주장한다. 여하튼 달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있는 것 같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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