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시평] 정치가와 지지자원

物質資源(물질자원)을 투입하여 財貨(재화)를 생산하고 그 재화를 분배·소비하는 활동을 경제활동이라 한다면, 支持資源(지지자원)을 투입하여 政權(정권)을 창출하고 그 정치권력을 분배·수요하는 일련의 활동은 정치활동이라 부를 수 있다. 재화가 인간의 경제생활을 윤택케하는 데 필수품이 되는 것처럼 정치권력은 국가 공동체생활을 원활하게 관리하고 조율하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 된다. 투입되는 물질자원(재료)이 조잡하면 만들어지는 재화(제품)가 저급품이 되는 것처럼 투입되는 지지자원이 저급하면(흑색선전·선동·금품살포 등에 의하여) 창출되는 정권도 저질품이 된다. 역으로 행사되는 정치권력이 低質(저질)이면 그 정권은 공동체의 구성원에게는 증오의 대상이 되어 지지자원은 축소되지만, 행사되는 정치권력이 高質(고질)이면 그 정권은 공동체의 구성원에게는 키우고 보호해야 할 共有財産(공유재산)으로 받아들여져서 지지자원은 확대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권을 잡은 정치가들은 자기들의 정권탄생을 지지해준 지지자원(공급 측)과 정권을 행사하는 자기들의 통치행위(수요 측)는 매우 고질이라고 확신하고 행동한다는 데 있는 것이다. 대중의 눈이 가려져 급조된 선거 시에 획득된 지지자원에는 가변적이고 불합리적인 많은 저질 요소가 잠재되어 있다는 것을 정치가는 마음 속으로 헤아리고 간파해야 하며, 창출된 정권을 담당하여 직접 통치행위를 할 때에는 고질의 통치행위에 의하여 지지자원을 또 유지·확대시켜야 하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여기에 정치가의 노련한 정치경험과 지지자원 관리능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나카소네(中曾) 총리 때에 행정개혁심의회(行革審) 회장직을 맡고 있던 도고 도시오(土光敏夫)가 회장직 사표를 던져버린 일이 발생했다. 자민당의 표밭이었던 농촌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 중의원 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추곡수매가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었던 총리의 고뇌와, 재정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행정개혁 추진에 열정을 쏟던 도고(土光)의 의지가 정면 충돌했던 것이다. 경영의 귀재로서, 또한 재계의 덕망가로서 당시 도고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에 회장직 사임수리는 나카소네 정권의 행정개혁 의지의 후퇴로 유권자에게 비춰지게 되고,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소수당으로 전락될 위기마저 있는 순간이었다. 도고 는 (주)이시가와지마 터빈, (주)이시가와지마 중공업, (주)이시가와지마 하리마 중공업, (주)도쿄 시바우라 전기를 부도 직전에서 흑자로 반전시키고, 일본 경단련 회장직을 3기 연속 9년간 맡았던 기업가로서도 유명하지만, 그의 질박하고 검소한 일상생활 때문에 더욱 유명한 재계 덕망가이다. 33평짜리 아파트, 마을버스와 전차로 출퇴근하는 등 그의 검소한 생활을 열거하자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도고의 좁은 다다미방에서 일국의 총리가 정중하게 무릎을 꿇고 도고에게 사표를 반려하는 장면이 NHK 전국 방송망을 통해 생방송됐고, 그 뒤의 시간마다 흘러나오는 뉴스로 방영되었다. 공항·기차역 대합실에서, 거리의 식당에서, 회사의 사무실·휴게실에서 이 장면을 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너무도 숙연했다. 농민도 노동자도 숙연해졌다.

그 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나카소네 수상의 인기가 치솟은 것이다. 정치공학에서 인기 있는 사람과 결합하여 자기 인기를 올리는 전략을「결합의 전략(strategy of association)」이라 하고, 인기 없는 사람과 분리하여 자기 인기의 동반유실을 방지하는 전략을「분리의 전략(strategy of disassociation)」이라고 한다. 남북이 통일되지 못한 것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맥아더 동상을 끌어 엎으려는 강정구씨, 이 맥아더 동상을 보호하기 위해 동상을 둘러싸고 있는 해병대 예비역들, 강정구씨를 국보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사하겠다는 한국검찰,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장면에서 강정구씨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노대통령과 천정배 법무장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온 국민이 분노에 차 있던 바로 그 다음날 북한 개성공단에서 여종업원과 춤을 춘 김근태 당대표. 정권말기에 느닷없는 개헌 제안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이런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이 끊임 없이 전개된다. 과연 이들 정치가들의 지지자원 관리전략은「결합의 전략」인지「분리의 전략」인지 알 수가 없다. 정치가는 들에서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성실하고 정직하게 농작물을 애틋하게 보살피는 농부의 심정이어야 하는 것이다. 農心(농심)이 곧 天心(천심)이기 때문이다.

유한우 계명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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