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예비숙녀 파이팅!

성형외과 의사처럼 계절에 따라 일이 들쭉날쭉하는 직업도 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일반 직장인들이 통상 시간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연휴나 휴가 전에는 유난히 더바쁘다. '개미와 배짱이'의 주인공인 개미는 여름에 열심히 일하고 겨울에는 쉬는데, 성형외과 의사는 그 반대이다.

예비숙녀들 덕분이다. 신체적인 성장이 거의 완료되어 얼굴 변화가 나타나지 않아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는 적기인데다, 고3 시절을 마무리하고 성인으로서의 삶을 앞둔 대학입학 때까지 여유가 있어 수술을 많이 원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십 년 전쯤의 예비숙녀들과 지금의 그녀들은 많은 차이가 생긴 것 같다. 우선 상담을 하는 의사와 그녀들과의 얼굴 높이부터 달려졌다. 의사가 내려다 보며 하던 진료가 지금은 거의 비슷한 높이이거나, 심지어 올려다보며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웬 키들이 그렇게 커졌는지....

눈수술 상담을 하다보면 예전 예비숙녀들의 눈은 두터운 피부에 지방이 상당히 많은 전형적인 동양인들의 눈이었는데, 최근의 상담에서 보는 눈들은 얇은 피부에 지방이 적게 들어가 보이는 서구형의 눈들이 확실히 많아진 것 같다.

예전에는 수술시 눈위지방을 제거하는 설명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지방이 적어 나중에 지방을 넣어 주는 설명을 하게 되었으니....

10여 년 전 예비숙녀들은 수술에 관한 설명을 주로 듣는 편이었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선뜻 물어보질 못했었다. 그런데 몇 년 전 '모 교육부장관 세대' 때부터는 당돌할 정도로 자기주장을 펴기 시작했고, 궁금증을 참지 못해 진료 중 의견충돌(?)이 생길 지경이었다.

인터넷의 발달과 교육의 환경이 바뀐 이유라 생각하지만, "야! 참 많이 달라졌구나"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긴 오랜 옛날 동굴 벽화에서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하니, 구태여 할 말은 없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또 몇 년을 보내고 올해도 예비숙녀들을 맞고 있다. 그런데 훨씬 어른스러워지고 예의바르며 대화에도 능숙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또 웬 일인가?

오늘의 기준으로 옛날을 평가하지 않고, 예전의 기준으로 지금을 평가하지 않는다면, 이 아름다운 동방예의지국의 선남선녀들은 세대 간의 갈등을 뛰어 넘으며 더욱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리라 믿는다.

이무상 M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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