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점점 깊어가는구나. 아마 지금도 어느 시골에는 어머니가 아들의 신발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을 지 모르겠구나. 옛날 어머니들은 가마솥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신발을 불에 쪼여 아들에게 신겼단다. 어머니의 사랑은 그만큼 한량없는 것이지. 그러고 보니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가 문득 떠오르는구나.
우리 나라에는 예로부터 훌륭한 어머니가 많이 있어 왔단다.
조선 순조 임금 때에 호조판서 김좌명(金佐明) 대감의 잔심부름을 하던 몸종 최수(崔戍)의 어머니도 마찬가지란다.
최수는 집안이 가난하여 몸종이 되었으나 평소에 착실하고 책읽기를 좋아하여 글을 익히고 글씨도 곧잘 썼으므로 상전인 김좌명이 그를 호조(戶曹)의 서리로 임용하였지. 그 덕분에 최수는 육의전에 큰 전을 가지고 있는 부잣집으로 장가도 들게 되었단다.
최수는 하인의 신분에서 장가도 잘 들고 벼슬까지 하게 되었으니 대단한 출세를 한 셈이었지. 그런데도 점점 처음 먹었던 마음을 잊어버리고 조금씩 게으름을 부리기 시작했대. 또 밥투정도 하게 되었고…….
그래서 마침내는 뱅어국도 입맛이 없어 못 먹겠다며 물리기까지 하였다는 구나. 뱅어국은 당시 부자들만 먹을 수 있는 값비싼 음식이었는데도 맛이 없어 못 먹겠다고 투정을 부린 것이지.
이 소식을 들은 최수의 어머니는 깜짝 놀라 서둘러 판서 대감을 찾아갔단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을 바르게 인도해달라고 애원했지.
"대감님의 보살피심으로 일자리를 얻은 것만도 과분한데, 그 덕으로 부잣집 사위까지 되어 호의호식하면서 뱅어국 자반도 맛이 없다 할 지경이 되었으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옵니까? 사정이 이러 하온데 나라의 큰 재물을 다루는 호조의 서리 자리에 올랐으니 잘못하면 더욱 큰일을 저지르고야 말 것입니다. 저는 오로지 그 혈육 하나에 의지하고 살아온 천한 과부이옵니다. 저를 보살피시는 뜻에서 제 아들을 그저 아침저녁으로 죽이나 끓여먹을 수 있는 자리로 보내어 제 분수를 지키도록 해주십시오."
이 말을 들은 김좌명 대감은 깜짝 놀랐지. 보통은 자기 자식이 좀더 높은 벼슬자리에 앉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수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의 벼슬자리를 도리어 낮추어 달라고 부탁을 했기 때문이었지.
'음, 대단한 어머니로다.'
김좌명 대감은 곧 어머니의 부탁대로 최수를 낮은 자리로 보내어 겨우 밥만 먹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였대. 그러자 처음에는 불만을 나타내던 최수도 점점 어머니의 뜻을 알아채고는 훌륭한 관리가 되어갔단다.
그리고 김좌명 대감은 최수의 어머니가 한 일을 그대로 적어 집안의 딸이나 며느리를 가르치는 규방 교훈으로 전하게 하였지.
이와 같은 최수의 어머니는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여러 번 이사를 했다는 맹모삼천(孟母三遷) 이야기 속의 맹자 어머니보다도 오히려 더 훌륭한 어머니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
이처럼 우리 나라에는 이름 없는 훌륭한 어머니가 많이 있었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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