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자 신문 보도에 의하면, 대한상공회의소가 현직 대표이사 100명에게 물어본 결과 82명이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어 있으며 그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반(反)기업 정서라고 한다. 한편 집권 여당의 당의장은 작년 8월 대기업의 유보자금 총액이 약 80조원이라고 밝혔다.
기업가 정신의 위축이 투자 부진과 자금의 사내 유보를 가져오고 있다. 이것은 심상하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크게는 자유주의 경제질서를 형성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요 작게는 우리 사회의 공동 과제인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은 그 바탕을 모험심과 이타심에 둔다. 기업가 정신의 바탕을 모험심에 둔다는 것은, 기업가는 자기의 모든 것을 목적한 사업에 쏟아 붓는다는 말이다.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두려움이 근저에 있고, 성공하면 많은 보상이 돌아온다는 믿음이 있다.
그러한 두려움과 믿음의 바탕 위에서 시간과 재물을 쏟아 붓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보상은 반드시 재물로서의 보상만은 아니다. 사회가 새로운 투자와 고용기회의 확대에 고맙게 생각해 준다는 믿음, 적어도 기업가의 모험의 결과인 성취에 대한 비난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이타심이란 이기적인 목적에서 출발한 이타심이다. 기업가의 목표는 이윤에 있다는 의미에서 이기심이며, 실천 수단으로서 반드시 그가 속한 사회에 이로운 것이라야 성공하게 된다는 뜻에서 이타심이다. 즉 이기적 동기가 이윤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기업가를 탄생시키는 것이고 이타적 동기가 사회에 필요한 것을 기업이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고객 만족, 소비자는 왕이다' 이런 문구들은 모두 우리 소비자의 결핍된 부분을 채워주는 활동을 말함이다. 이러한 모험심과 이타심의 발로로 새로운 투자를 감행하여 기업을 키워나가면 고용의 창출과 물자의 순환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사회가 더욱 윤택해지는 과정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투자할 여력도 있고 사업을 할 구상도 있으나, 성공한 뒤의 보상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손쉬운 투자처만 찾을 것이다. 부동산을 사거나 예금을 하거나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고용도 이루어지지 않고 물자의 순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가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투자하는 일이 늘 쉬운 것은 절대 아니다. 경쟁기업이 출현하게 되고 기업 경영에 고유한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과도 싸워야 한다. 기업가가 겪는 어려움은 하루하루 피를 말리고 뼈를 깎는 것과 같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물론 탈세 등 불법행위로 세간에 물의를 일으키는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기업들은 이타적 이기심이라는 기업의 본성에 따르지 않기에 영구히 존속될 수 없다.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는 기업들이 더 많은 것은 우리 속담과 같이 밥에 돌이 좀 있어도 쌀이 더 많은 것과 같다.
반기업 정서는 우리 사회의 큰 해악이다. 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들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기업의 이윤은 착취의 결과요, 기업 활동 때문에 우리 환경이 오염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기업이 이윤을 만들면 이를 사회에 환원시켜야만 한다고 한다.
이윤이 기업가의 노력, 구성원 전체의 수고, 정부의 제도 지원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너무나 근시안적인 사고이다. 환경오염의 책임 또한 전적으로 기업 활동의 결과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대기 오염의 주범이 자동차라 하여 자동차 만드는 회사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수는 없는 것이 좋은 예다.
그러면서도 착취와 오염의 주범인 기업에 입사하고자 노력하니 이 또한 이해하기 힘들다. 자세히 물어보면 대부분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한다. 누가 그런 틀린 생각을 주입시켰는지 매우 궁금하다.
이제는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무엇이 왜 옳은지 가르쳐야 한다. 기업하는 분들도 확신을 가져야 한다.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하고, 누가 뭐래도 용감하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김연신 한국선박운용(주) 대표이사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