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국도를 달리는 '적재불량' 화물차량이 운전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각종 쓰레기, 이삿짐, 공사자재 등을 덮개도 씌우지 않은 채 고무줄이나 결속용 밧줄 하나로 묶어 마구 달려 물건을 떨어뜨리는가 하면 종이, 흙, 모래 등 비산먼지를 날려 안전운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 도로공사가 적재불량 화물차를 상시 단속 중이지만 화물차 운전자들의 안일한 운전행태는 줄지 않고 있다.
◇아찔한 고속국도=31일 오후 4시 20분쯤 서대구나들목에서 칠곡나들목 방면 중앙고속국도. 캐비넷, 의자, 장농 등을 한껏 실은 1t 화물차가 톨게이트를 벗어나자마자 시속 100km로 달리기 시작했다. 덮개도 씌우지 않은 채 고무줄로 묶은 것이 전부. 곧 가구에 흠이 가지 않도록 끈과 접속된 부분에 함께 묶은 신문지, 종이가 도로에 날리기 시작했다. 뒤따라가던 차량은 종이를 피해 곡예운행할 수밖에 없었다. 커브길에서 적재물은 쏟아질 듯 기우뚱거렸다.
앞서 4시쯤. 24t 트레일러가 프레스로 찍어 납작해진 폐차 수십 대를 쌓아 밧줄로 묶어 달리고 있었다. 쇠붙이 적재물은 사고라도 발생하면 도로를 뒤덮을 만한 양이었지만 덮개조차 씌우지 않았다. 김성한 도로공사 교통정보팀 담당은 "저런 대형차량에서 적재물이 떨어진다면 지게차를 동원해 최소한 4, 5시간은 쓰레기를 치워야 해 교통이 심하게 마비된다."고 우려했다.
◇보상받을 길 없다=지난해 12월 25일 오후 5시 30분쯤. 동대구나들목을 벗어나 부산 방면 경부고속국도를 달리던 A씨(35)는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다. 건천휴게소를 5km 앞두고 2차로에서 1차로로 차로를 변경하던 대형화물트럭에서 흘러내린 1m 길이의 나무막대를 앞차가 밟아 튕겨나와 A씨 차의 우측범퍼에 크게 부딪혔던 것. 'Z'자로 꺾어 피했지만 다행히 옆 차로로 지나가는 차량이 없어 사고는 나지 않았다.
앞서 12월 14일 오후 10시쯤엔 대구~경주간 경부고속국도에서 B씨가 적재화물에 부딪혀 기름통, 소음기 등이 크게 파손돼 견인차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떻게 적재물이 도로가에 있을 수 있나"며 "관리를 제대로 않은 도로공사측이 보상해 달라."며 도로공사에 진정을 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고의 경우, 직접 가해자를 찾을 수 없어 대부분 보상받을 길이 없다. 도로공사측은 장애물을 장시간 방치하거나 제보를 받고도 출동하지 않은 경우 등 관리소홀로 인한 경우에만 보상해주고 있다. 잘못없는 억울한 피해자는 수리비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걸리면 고작 5만 원=가장 큰 문제는 운전자들이 "적재불량으로 걸려도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한다는 것. 실제 편중적재, 액체 적재물 방류, 결속상태 불량, 덮개 미설치 등으로 적발된 차량은 도로교통법 제35조 위반이지만 범칙금은 고작 4만~5만 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적은 범칙금이 적재불량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과적차량은 최하 50만 원 이상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또 적재불량 차량은 톨게이트에서 단속되더라도 고속국도로의 진입은 가능해 범칙금만으로는 대형사고를 막을 수 없는 셈이다.
이상률 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 교통관리차장은 "선의의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톨게이트 전 지역에서 CC TV나 인력을 동원해 24시간 단속·계도·고발하고 있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적재물 차량 운전자들이 사소한 부주의로 무고한 생명을 해치고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도로공사 경북본부가 관할하는 고속국도에서는 3만 1천569건의 노면잡물이 떨어져 375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으며 2004년엔 3만 6천건(교통사고 316건), 2005년 3만 3천530건(384건) 발생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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