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텅 소나무
문무학
솔 아래 바위에 앉아 그를 우러른다
큰 바위 두어 덩이 버선처럼 덮여 있고
구불텅 한 굽이 휘고 또 한 굽이 틀고 있다.
구불텅 두어 굽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해일까 달일까 아니면 바람일까
걸칠 것 하나 없는데 솔은 왜 돌아갈까.
내 모를 까닭이사 없지야 않겠지만
달빛에 짓눌리고 햇살에 눈 감다 보면
헛디뎌 그도 한 번씩 휘청거리는 것 아닐까.
시인은 팔공산 갓바위 바깥자락에 삽니다. 松下石經齋(송하석경재)-솔 아래 돌길이 있는 집. 고졸과 고풍을 아우른, 어디 금세 쇠북 소리라도 울려 올 듯한 그런 이름이지요. 아닌 게 아니라 시인의 집에는 굽은 소나무가 세 그루, 그 그늘 쪽으로는 짧은 돌길이 나 있습니다.
구불텅한 소나무에는 보나 마나 구불텅한 세월이 휘감겨 있기 마련입니다. 숱한 회한과 격정의 시간들이 그렇게 속절없이 휘고 뒤틀린 게지요. 구불텅한 것이 눈에 들 연치라면 이미 중년을 넘었을 터. 한 굽이 휘고 또 한 굽이를 트는 시각은 그만한 나잇값이 없이는 잡아내기 힘든 관조의 세계입니다. 거기서 휘청거림의 미학이 나옵니다.
시인은 거친 빵을 먹고, 사유의 길섶에서 노숙을 하는 존재입니다. 시인은 구불텅한 몸으로 외로이 선 소나무인가 하면, 그 소나무 쪽으로 난 짧은 돌길일 수도 있지요. 구불텅한 소나무의 행간을 따라가다 문득 시인의 큰 눈을 떠올립니다. 성에라도 낄 듯한 그 눈의 깊이, 그 깊은 눈의 서늘하고 유현한 정서!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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