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스 사이공' 공연이 한장인 오페라하우스에서 배우 이건명을 만났다. 존 역으로 열연중인 그는 얼굴을 보자마자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유쾌하고, 호탕한 사람이었다. 그의 나이 올해로 36살. 배우경력 12년차 되는 뮤지컬 배우치고는 얼굴이 동안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건네는 말 까지도 솔직하고 담백하면서 거침없게 들렸다.
"처음에는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어요." 그는 배우가 된 것이 순전히 친구 때문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 친구 녀석이 뜬금없이 연극반에 들어가면 대학도 들어갈 수 있다고 설득하잖아요. '넌 재능이 있는 놈이잖아' 하면서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를 뮤지컬 배우로 만들어 놓은 사건은 고 2 여름방학 때 일어났다. "그 때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죠. 내가 좋아하는 춤, 노래, 연기들이 다 있는 거예요. 저거다 싶었어요. 그때 뮤지컬 배우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그는 연극을 전공하면서 배우의 길을 꿈꿨지만 아픈 기억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졸업은 했지만 제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었어요. 남들보다 잘 하는 것도 없고, 배우가 되기 위해 익혀야 할 무대 경험의 기회도 저에게는 잘 찾아오지 않았죠. 그래서 방황하면서 술도 많이 마셨어요."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했다. "임재범의 '비상' 이라는 노래 있잖아요. 그 노래를 들으면서 정말 펑펑 울었죠. 스스로 쓸모없는 놈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서러움에 눈물이 쏟아지더라고요. 공들여 준비한 공연이 막도 올리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던 IMF무렵이었는데 배우로서의 존재감이 없어져 더욱 상심했던 것 같아요." 제법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였을텐데도 그는 시종 웃으면서 이야길 이어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오기가 생겼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대 위 배우 밖에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무대를 버리면 안 되겠다 싶어서 스스로 분위기를 확 바꾸기로 했지요." 그는 그 때의 변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건명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악수하면서 '나~ 이건명이야'하면서 유쾌하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생각을 바꾸니까 그 때부터 표정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더니,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미소는 사람까지 바꾸는구나 몸소 체험했죠."
그랬더니 그는 별명이 '일곱명'이라고 소개했다. 잘못 들어나 싶어 다시 물어봐도 들려오는 그의 별명은 '일곱 명'이다. 이름을 외치고 다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잘못들은 꼬마가 엄마에게 '저 아저씨 이름이 일곱 명이래 .'라고 말해 생긴 별명이란다.
울음으로 자신을 지키고 단련시킨 배우. 우여곡절을 털고 굳게 일어난 배우여선지 그는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2001년 신인상을 받고 2002년에는 인기스타상까지 거머줬다. "상받은 날도 너무 기뻐서 울었죠 뭐. 저를 인정해 준 상이고, 상을 받으면서 그 동안 고생시켜드린 부모님께 보답이 됐다고 생각하니까 울음이 나데요."
그는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의 정의를 내려 달라고 부탁했다.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 다양한 색을 담아서 진실되게 표현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사람 아닐까요." 그러면서 대구에서 뮤지컬배우가 되고 싶은 지망생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화려함 때문에 선택하지 말고 먼저 자신의 재능을 테스트해야죠. 그리고 철저하게 연습할 수 있는 마음과 자세가 중요합니다."
항상 활기찬 기분을 유지하고, 그 활기참 속에 행복까지 담아내려 노력하는 뮤지컬 배우 이건명. 큰 행복을 누리고 있어서 기쁜 게 아니라 그 마음이 유지돼야 한결같은 행복함이 곁에 늘 있을 수 있다는 걸 잘 아는 사람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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