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대구 디스카운트 극복의 길

지난 7일 대구시가 기술력있고 성장 가능성이 큰'스타기업' 24곳을 선정했다.

김범일 대구시장의 선거공약 가운데 하나인 스타기업 육성사업은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과 고용을 달성해 지역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할'선도기업군(群)'을 조성하기 위해 출발했다. 선정된 기업들은 현재 매출은 적지만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했거나 성장가능성이 큰 프리(Pre) 스타기업이거나 매출이 1조원을 넘고 독자적으로 생존기반을 열어갈 수 있는 유명기업도 포함됐다.

대구시는 2004년 산업자원부 특성화 사업의 하나로 5개 스타기업을 선정한 적이 있다. 당시 누가봐도 기술력있고 성장가능성이 있어 보였지만 그러나 이들 기업들은 지금 경영난을 겪거나 시장개척에 고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 기업사례를 통해'키우는 기업'과 '스스로 크는 기업'의 자생력을 생각해본다.

한 기업인은 "이번에 선정된 스타기업들이 3년 뒤 퇴출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대구시가 스타기업 육성에 대한 개념과 방향을 정확히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업인의 말처럼 1970,80년대 기업이 원천적으로 부족했던 시절에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강력한 지원을 해 선도기업을 키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외부에서 아무리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환경과 기술환경이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시대다. 대구시의 재정형편으로 1년에 25개씩, 100개 기업을 키우겠다는 것도 사실상 무리다.

대구시는 기업이 정말 필요로 하는 지원이나 시의 행·재정 능력으로 가능한 지원은 하되, 전시성 지원책이나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이들 기업이 퇴출위기를 맞더라도 원칙있는 지원을 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인위적으로 키우는 기업은 자생력 부재로 일찍 죽을 수도 있기때문이다.

시는 기업들이 정부나, 기업지원기관, 자치단체 등의 지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별서비스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이 매뉴얼을 통해 연구과제, 자금지원, 세제혜택 등의 과실을 기업 스스로 찾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되는 것이다. 스타기업 지원을 통해 당장 성과를 올리고 과실을 따 먹으려 하기보다는 멀리 내다보면서 비즈니스 서비스 모델을 만들고 보여주면 된다.

대구는 임금, 땅값, 물류 등 어느 것 하나 기업들에 매력이 없다. 시의 여건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다른 지역과 손쉽게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은 대구시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와 프로그램 제시를 통해 어느 지역보다 실효성 있는 기업지원 서비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업들이 서서히 움직일 것으로 본다.

스타기업 지원모델을 통해 대구에서는 기업하기 어렵다는 풍토만 불식해도 큰 성과를 올리는 것이다. 스타기업 선정이 '대구 디스카운트(Discount)'를 극복하고 '대구 프리미엄(Premium)'시대를 여는 첫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춘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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